[비즈카페] 신세계가 ‘호암 추모’ 광고 낸 까닭

입력 2010-02-08 21:28


창업주 유지를 적극적으로 이어가려는 정용진(42) 신세계 대표이사 부회장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신세계는 호암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을 맞아 8일 그의 휘호 ‘고객제일(顧客第一)’을 담은 광고를 주요 일간지 양면에 펼쳤다.

이 회장이 1984년 국내 백화점 첫 지점인 신세계 영등포점 개점식에서 막내딸 이명희(67) 신세계 회장과 함께 한 사진과 ‘장사꾼이 아니라 고객의 마음을 얻는 기업가가 되라’는 문구, 고객제일 휘호를 나란히 실었다.

신세계의 양면 광고는 이 회장의 외손자인 정 부회장이 제안했다고 한다. 신세계는 이명희 회장의 각별한 의지가 적용되면서 범삼성가 가운데 호암의 기업가 정신을 가장 잘 따르는 곳이란 평가를 받는 그룹이다.

이명희 회장은 ‘결재서류에 사인할 생각말라’는 호암의 말에 따라 전문경영인 책임 경영을 실천했다. 연말 정기 임원인사 서류에만 사인한다. 2005년 신세계백화점 신관 리뉴얼 때는 실무진에 지시해 사무동 쪽에 호암의 흉상을 세웠다.

대표이사 집무실엔 호암의 휘호 ‘고객제일’을 걸었다. 이 회장이 신세계 창립 25주년인 87년 9월에 쓴 글이다. 고객과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는 유통업체가 가장 마음에 새겨야 할 말을 지침처럼 남긴 것이다. 이 회장은 87년 11월 별세했다. 유언 같은 글인 셈이다. 이 글을 신문 독자에게 전하면서 신세계의 기업가 정신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킨 것이다.

정 부회장은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한 95년부터 집무실에 고객제일 휘호를 걸었다고 한다. 정 부회장이 어머니 이 회장의 뒤를 이어 호암의 가르침을 얼마나 잘 따르려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정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고객 가치 극대화’를 경영 화두로 제시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