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 언제까지… “유럽 재정위기로 일시적인 현상” 분석 우세
입력 2010-02-08 18:49
유럽발 재정위기가 달러화 강세를 자극하고 있다. ‘달러화 약세’라는 대세 속에 연달아 터진 미국·중국·유럽발 삼재(三災)로 투자심리가 일시적으로 위축되면서 벌어지는 단기 현상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경기회복세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는 데다 단번에 해결될 수 없는 글로벌 재정위기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터라 달러화 강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2.0원 오른 1171.9원에 마감했다. 1170원대로 올라선 건 지난해 12월 29일(1171.2원) 이후 한 달여 만이다. 달러화 강세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6개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 인덱스는 지난 5일 80.44포인트까지 오른채 이날까지 유지되고 있다. 달러화 인덱스는 올 들어 3.3%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일단 최근 달러화 강세를 추세가 아닌 일시적 현상으로 평가했다. 미국에선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는 데다 버락 오바마 정부가 경기회복 수단으로 수출 확대를 강조하면서 달러화 강세를 방치해 두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지난해 2∼12월 월평균 40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행진이 계속되는 등 국내 달러 수급이 나쁜 것도 아니라는 분석이다. 이트레이드증권 허문종 연구원은 “남유럽 국가 부도 가능성은 낮지만 실현될 경우 파급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단기적으로 안전자산 선호도가 강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달러화 강세가 금세 마무리되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단번에 해소될 수 없는 중국 긴축, 미국 금융규제, 유럽 재정위기 등의 불확실성에다 경기모멘텀이 떨어지는 분위기가 겹쳐지면서 안전자산 선호도가 계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NH투자증권 임정석 투자분석팀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기선행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6개월 전 대비로 비교시점을 짧게 잡았을 땐 지난해 10월을 정점으로 2개월 연속 개선 강도가 약화되는 등 경기모멘텀이 둔화되고 있다”며 “2000년 이후 글로벌 경기모멘텀이 떨어질 때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경기선인 120일선(1178원)을 돌파한다면 상승세가 한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5일 유럽발 재정위기로 폭락했던 코스피지수는 이날 전거래일보다 14.33포인트(0.91%) 내린 1552.79를 기록했다. 오후 들어 외국인 매도세가 몰리면서 장중 한때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1550선(1548.78)까지 내주면서 무기력하게 움직였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