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루이 만난 김정일… ‘후진타오 구두친서’ 받아

입력 2010-02-09 02:44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8일 방북 중인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만났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9일 새벽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왕 부장으로부터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구두친서’와 대표단이 준비한 선물을 전달받은 뒤 “천선적인 담화”를 했다고 통신은 전했으나 회담 내용에 대해서는 소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 위원장과 왕 부장은 면담에서 북한의 6자 회담의 조속한 복귀와 중국의 경제 지원 방안 등에 폭 넓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북특사인 린 파스코 사무차장이 9일 베이징 공항에서 고려항공편을 이용해 3박4일간의 북한 방문에 나설 예정이어서 북한의 6자 회담 복귀가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중국의 경제 원조라는 설 선물을 받아내기 위해서는 6자 회담 복귀라는 카드를 제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면담에서 6자 회담 복귀 의사를 중국측에 전달했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대북 지원과 6자회담 복귀에 대한 실무적인 협의는 이미 마친 것으로 보여진다.

당초 둘의 만남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왕 부장은 지난 네 차례 방북에서 모두 김 위원장을 면담했고, 특히 지난해에는 해외 인사로는 처음 김 위원장이 병상에서 일어난 뒤 직접 만났다. 게다가 지난해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방북을 계기로 북·중 관계가 우호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8일 평양에서 승용차로 5시간, 기차로 7시간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려진 함흥으로 현지지도에 나서자 회동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제기됐었다. 중국이 북한에 조속한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할 것이 뻔한 가운데 북한으로서는 회담 복귀에 대해 확답을 하기 어려워 김 위원장이 일부러 왕 부장의 면담을 피할 수 있다는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와 대북 전문가들은 면담 성사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