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그룹 형제간 분리경영 돌입… 채권단 압박에 사재 출연
입력 2010-02-09 00:36
금호아시아나그룹(금호그룹)이 형제별로 계열사 분리 경영에 들어간다. 그룹이 사실상 계열 분리 수순에 들어갔다. 채권단의 경영권 박탈 압박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금호그룹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8일 기자회견을 갖고 오너 일가가 계열사들을 분리 경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찬구 전 금호그룹 화학부문 회장 부자와 박철완 그룹 전략경영본부 부장이 그룹 지주회사 격인 금호석유화학 경영을 공동으로 맡기로 했다. 박 부장은 고 박정구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또 박삼구 그룹 명예회장 부자는 금호타이어를 맡기로 했다. 형제들이 그룹 계열사를 소(小)그룹으로 나눠 경영에 나서는 것이다. 다만 아시아나항공과 나머지 계열사들은 채권단 협의를 거쳐 추후 경영 주체를 결정하기로 했다. 금호그룹 전체에 대해서는 박삼구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남게 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형제와 조카가 계열사 경영을 분할함에 따라 향후 금호그룹은 계열 분리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영기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은 기자회견에서 “금호석유화학의 직접 지배를 받는 계열사들은 박찬구 전 회장 부자와 박철완 부장이 경영을 맡지만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금호산업으로 지분환원 조치가 강구되고 있어 제외됐다”고 밝혔다.
한편 금호그룹 오너 일가는 보유한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고, 의결권 및 처분권 위임 동의서를 채권단에 넘기겠다는 합의서를 제출했다. 채권단이 오너 일가가 사재 출연을 거부할 경우 그룹 주력사인 금호석유화학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대상에 넣겠다고 압박한데 대해 백기를 든 것이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기존 계획대로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자율협약에 따른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대해 워크아웃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채권단은 또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대해 노동조합 동의서가 제출되면 신속히 자금을 지원하는 등 4개 계열사들의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이달 말까지 금호그룹 경영 정상화 방안에 대한 큰 그림을 마련하고 다음달까지 세부 방안을 확정해 구조조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박재찬 황일송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