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수 선교사 한국음식 팔아 건축자금 마련… 17년간 17곳 봉헌

입력 2010-02-08 18:23


남미 페루 수도 리마에 가면 김치로 만든 교회가 있다. 김치뿐 아니다. 김밥과 만두로 만든 교회도 있다. 엄밀히 말하면 김치와 김밥, 만두를 팔아 만든 교회다. 평신도 자비량(自備糧) 선교사로 활동 중인 박윤수(56·사진) 선교사는 이런 음식을 팔아 교회를 세웠다. 지난 17년간 17개를 건축했다. 한국교회의 후원을 거의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생활비를 벌어 그 돈으로 교회를 세운 것이어서 자비량 선교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박 선교사가 처음 시작했던 일은 택시 기사였다. 당시 페루는 자동차만 있으면 택시 영업이 가능했다. 페루인과 비슷하게 보이려고 콧수염도 길렀고 5년을 일했다. 거기서 나온 이익으로 설립한 첫 교회가 누에바 에스페란사교회(새소망교회)였다. 이후 김치, 빈대떡, 만두 등을 만들어 페루에 거주하는 일본인과 현지인들에게 팔면서 수익금과 교인 헌금으로 교회를 세우기 시작했다.

“현지인 신자들도 교회 건축에 직접 참여하면서 하나님의 집이자 우리 집이란 의식이 생겼어요. 각 가정이 교회 건축의 십일조를 드린다는 생각을 했고 교회를 더 사랑하게 됐지요.”

중남미는 미국교회의 선교가 집중된 곳이다. 막대한 미국의 재정 지원은 현지인 교회가 자립하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이 됐다. 건축학과를 나온 박 선교사는 건축 자재를 구입해 신자들과 함께 예배당을 직접 지었다. 텐트를 만들어 활동했던 사도 바울처럼 몸소 일을 했던 것이다. 그러자 현지인들도 감동을 받았고 자신들의 교회를 사랑하게 됐다.

박 선교사의 임무는 교회를 건축하고 현지인 목회자를 세우는 데까지였다. 교회가 모습을 갖추면 미련 없이 떠났다. “페루는 복음의 불모지입니다. 차라리 과거 스페인의 기독교 선교가 없었다면 복음이 들어가는 게 더 수월했을 겁니다. 현지인에 의한 건강한 교회가 세워지도록 돕는 게 선교사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박 선교사는 전남 광주의 초교파적 평신도 선교단체인 ‘아둘람 월드 미션’에서 파송된 1기 선교사다. 초기엔 후원을 받으며 활동했지만 선교단체가 해체되면서 후원이 끊기자 자비량 선교로 전환했다. 그 덕에 IMF 시절 페루의 다른 한국 선교사들이 후원이 끊겨 철수할 때도 흔들리지 않는 힘이 됐다.

그는 현재 리마 인근 빈민지역인 벤타니자에서 학교 사역 중이다. 고아들이 많은 이 지역에 태권도 등 한국 문화 등을 가르치며 복음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학생들은 증가하는데 6년 전 합판을 이용해 직접 만든 교실이 낡아 재건축 헌금을 모금 중이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