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악의적이고 무식한 反기독교 운동
입력 2010-02-08 17:58
한 안티 기독교 단체가 서울시내 버스에 반(反)기독교 광고를 실어 충격을 주고 있다. 반기독교시민운동연합(반기련)은 지난 5일부터 서울 시내버스 4개 노선의 일부 버스 외벽에 “나는 자신의 창조물을 심판한다는 신을 상상할 수가 없다”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박사의 말을 그의 초상화와 함께 부착, 광고하고 있다.
그동안 안티 기독 단체들의 기독교 비판 운동은 많았지만 이처럼 시내버스에까지 노골적으로 안티 기독교 광고를 낼 정도가 되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지난해 리처드 도킨스가 중심이 돼 영국에서 시작된 무신론 버스 광고가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이런 치졸한 안티 기독교 운동에 기독교계가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어느 종교든 비판 받고 견제 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유독 기독교에 대해서만 비판의 차원을 넘어 조롱 경멸하는 내용을 광고로까지 내보내며 공격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 이는 표현의 자유를 올바로 사용하는 일이 아닐 뿐더러 특정 종교에 대한 악의적 도전이다.
내용의 왜곡도 심각한 문제다. 반기련은 자신들의 안티 기독교적 신념과 정서를 대중에게 호소하기 위해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의 발언을 차용했다. 그의 권위를 빌리는 것이 기독교의 모순점을 드러내는 데 더 효과적이라 계산한 것 같다. 하지만 이는 사실 관계의 크나큰 오류를 불러왔다.
아인슈타인의 종교관은 매우 복잡하다. 정식 기독교인은 아니었지만 철저한 종교 부정론자도 아니었다. 주위 사람들에 따르면 그는 유신론과 무신론을 오가며 고뇌한 인물이다. 이번 버스 광고에 사용된 대로 신을 부정하는 듯한 말도 했지만 종교를 긍정하는 용어를 사용한 적도 많았다. 논문에 나타난 “과학을 통해 하나님의 존재를 더 알게 됐다”는 표현이나 죽기 1년 전 친구에게 보낸 서신에서 “종교가 없는 과학은 절름발이에 지나지 않으며 과학이 없는 종교는 눈이 먼 것과 다름없다”고 한 말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아인슈타인의 종교관은 전체적 맥락에서 조명돼야 하는데도 반기련은 그의 발언 중 필요한 부분만 발췌, 대중을 오도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버스 광고를 중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