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올리언스 슈퍼볼 우승 ‘카트리나 아픔’ 날렸다
입력 2010-02-08 18:05
‘재즈의 도시’로 유명한 미국 중남부 뉴올리언스. 2005년 9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도시 전체를 강타해 모든 것을 파괴했다. 이 중에는 미국 최고 스포츠인 미국프로풋볼(NFL) 뉴올리언스 세인츠의 홈구장 루이지애나 슈퍼돔도 예외는 아니었다.
세인츠 선수들은 슈퍼돔이 파손되면서 1년가량 홈경기를 치르지 못하는 아픔을 맛봤다. 그렇지만 선수들은 원정경기를 마친 뒤 틈나는 대로 손에 삽을 들고 도시 재건에 동참했다.
그리고 좌절과 슬픔에 빠진 시민들에게 희망을 안기겠다는 일념으로 밤늦게까지 훈련을 거듭했다. ‘멈춰버린 재즈를 다시 울려 퍼지게 하자’며 선수들은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 중심에는 명 쿼터백(뒤에서 팀 공격을 조율하는 선수) 드류 브리스(31)가 있었다.
브리스는 올 시즌 들어서는 NFL 32개 팀 쿼터백 중 가장 많은 34개의 터치다운 패스를 연결하며 약체팀 뉴올리언스를 내셔널 콘퍼런스(NFC) 1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브리스는 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선라이프스타디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인 제44회 슈퍼볼에서 ‘전통의 강호’ 인디애나폴리스 콜츠에 31대17 역전승에 앞장서며 최우수선수(MVP)에 등극했다.
뉴올리언스는 브리스를 앞세워 1967년 창단한 후 43년 만에 처음 밟은 슈퍼볼 무대에서 우승컵인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까지 거머쥐는 슈퍼볼 최대 이변의 팀이 됐다.
2006년 뉴올리언스 유니폼을 입은 9년차 쿼터백 브리스는 이날 경기에서 39개의 패스 중 터치다운 2개를 포함해 32개(288야드)를 공격수에 연결시켰다.
브리스는 뼈아픈 가로채기 터치다운을 당한 이 시대 최고 쿼터백 인디애나폴리스의 페이튼 매닝(34)을 압도하며 우승컵을 높이 치켜들었다.
브리스는 우승 뒤 “도시 전체가 물에 잠긴 4년 여 전 우리가 우승컵을 들어올릴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느냐”며 “우리는 재건했고 이것(우승)이 우리 재건의 최고 결정판”이라고 감격해 했다. 그는 이어 “우리 뒤에 뉴올리언스시가 든든하게 버티고 있어 이길 수 있었다. 승리는 운명이었다”고 환하게 웃었다.
우승이 확정되자 뉴올리언스시는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오는 등 축제에 휩싸였다. 중심지인 재즈 플레이하우스에 몰려든 시민들은 “슈퍼볼 우승은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지난 고통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하다”며 “믿을 수 없다. 꿈을 꾸는 것 같다. 꿈이 실현됐다”고 입을 모았다.
선수들의 바람대로 이날은 뉴올리언스에 재즈가 하루 종일 울려 퍼졌다.
김준동 기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