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여는 한국교회-④서울 산정현교회] 진안 금양교회·금지마을과 형제 결연
입력 2010-02-08 17:37
서울 서초동 산정현교회(김관선 목사)는 농심(農心)이 넘치는 교회다. 성도들은 대부분 강남에 살지만 마음은 시골 사람들처럼 정이 많고 넉넉하다. 이 교회가 실시하고 있는 ‘형제교회, 형제마을 프로젝트’를 실천하면서부터다.
산정현교회는 전라북도 진안군 금지마을 금양교회(이춘식 목사)와 의형제교회로 지낸다. 당시 댐건설로 수몰지구였던 마을은 별다른 희망이 없었다. 하지만 산정현교회가 함께하면서 활력이 살아나고 새로운 희망을 가졌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진안의 대표적 농촌체험 테마마을이라는 명성을 얻고 있으며, 마을 일대는 예수 향기 가득한 ‘바이블 랜드’로 거듭나고 있다.
김관석 목사는 “농촌을 돌보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봉사”라면서 “일회적인 봉사는 성도들의 마음에 한 순간 뿌듯함을 줄지 모르지만 농촌이나 농촌교회에 큰 힘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래서 산정현교회는 지속적으로 섬길 수 있는 농촌과 농촌교회를 물색하던 중 금지마을 금양교회를 찾았다.
금양교회를 중심으로 금지마을에서 4년 동안 농촌봉사를 하던 중 교회를 섬기는 담임목사의 농촌 사랑과 비전을 확인하게 돼 ‘형제교회’ 관계를 맺었다.
산정현교회는 교회 예산의 상당 부분을 금양교회와 마을에 지원한다. 정기적인 지원 외에도 교회와 마을 회관에 에어컨 시설, 마을 발전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했다. 최근에는 농촌마을 수익 증대를 위한 황토방을 농협 지원으로 만들었는데 이 사업에도 지원금을 보탰다.
삼계탕 잔치는 연례행사가 됐다. 매년 8월이면 산정현교회 성도들은 금지마을에 간다. 닭을 삶고, 전기공사, 미용봉사, 한방진료를 실시한다. 하루 전 미리 도착한 청년들은 집집마다 돌며 도배와 장판 교체 작업에 구슬땀을 흘린다. 한편에서는 마을 주변 논밭과 과수원에서 젊은이들의 일손 돕기도 한창이다.
사실 산정현교회와 함께한 지난 시간 동안 수몰민들의 재활 터전이었던 금지마을은 안팎으로 크게 변했다. 초라하던 마을 외관은 황토찜질방, 도자기공방, 방울사과농장, 황토돛배 선착장 등 볼거리가 풍부한 동네로 몰라보게 달라졌다.
산정현교회 김태정 집사(전 법무부 장관)는 “마을 곳곳이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잘 꾸며져 있다”면서 “금지마을을 예수마을로 만들기 위해 온 교회가 늘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정현교회는 여름봉사뿐 아니라 농산물 수확기에 성도들과 함께 내려가 봉사하며 농산물 수확을 돕는다. 청년뿐만 아니라 장년층, 노년층도 충분히 이 사역에 동참이 가능하다.
금지마을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이나 가공품을 직접 매입해 마을 경제에도 큰 기여를 한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생산한 된장이나 고추, 고구마, 옥수수, 배추 등 농산물은 공급이 모자랄 만큼 활발하게 성도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성도들은 또 정기적으로 금양교회를 방문해 주일예배를 함께 드린다. 그날은 하루 종일 마을 주민들과 교제하며 형제의 정을 나눈다. 이를 위해 주일 새벽에 교회에서 버스가 출발해 함께 예배하고 섬기고 돌아온다.
비신자들을 위한 전도활동도 빼놓지 않는다. 교회는 사역을 더 구체화해 마을 주민들을 초청해 숙식을 제공하며 서울 관광도 시켜준다. 이렇게 정성을 들였더니 주민들의 70% 정도가 신앙을 가질 정도로 변했다.
산정현교회가 농촌사랑으로 최근 실시한 것이 자기 이름의 과실수 갖기 운동이다. 금지마을에 방울사과(May Pole)를 심기 시작하면서 나무를 관리하고 성도들 이름으로 나무 한 그루씩 심었다. 나무에 성도들의 이름을 붙이고 가을에 수확을 하면 그 열매를 보내주는 행사다. 첫해 과실수 대금과 1년 관리비를 부담하고 매년 관리비를 보내주는 것으로 농촌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배넘실 마을’이라는 정겨운 새 이름도 생겨났다. 노아의 가족들이 방주를 통해 구원을 얻은 것처럼 용담댐 수몰 지구에서 생명줄을 붙잡게 된 마을 사람들의 절절한 체험이 담긴 이름이다. 이춘식 목사는 “산정현교회의 아낌없는 사랑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일”이라고 고마워한다.
한국교회 도농 교류의 모델이라 불릴 만큼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어온 자신감을 바탕으로 산정현교회는 충청 강원 영남 제주 등 전국 각지의 농촌교회를 추가 선정해 협력관계를 맺고 제2, 제3의 금지마을을 일궈가고 있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