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상처 깊은 아이티 재건에만 그치지 말고 황폐해진 마음도 보듬자

입력 2010-02-08 17:46


한국인 장기선교사 고작 3명… 한국교회 관심을

아이티엔 왜 한국 선교사들이 거의 없을까. 지진 참사를 계기로 아이티에서 활동하는 선교사들이 예상외로 적어 아이티를 비롯해 중남미 선교에 한국교회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아이티에서 활동하는 장기 선교사는 3명이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가 5일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아이티 선교사는 고아원 사랑의집을 운영하는 백삼숙·강용가(영락교회 파송) 선교사, 미국 아이티선교회(장기수 목사) 소속 박병준 선교사다. 그 외에 도미니카공화국 김말희, 이영희, 전재덕 선교사가 단기 또는 정기적으로 아이티를 오가며 선교 활동을 하고 있다.

◇아이티에 한국 선교사가 많지 않은 이유=아이티에 한국 선교사들이 적은 이유는 대략 서너 가지다. 우선 아이티는 복음의 불모지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종교 분포상 로마 가톨릭이 인구의 80%를 차지한다. 개신교는 16%, 부두교 등 기타 종교가 4%다. 이러한 종교 특성상 한국교회의 관심이 적었다.



KWMA가 지난 2006년 완성한 ‘타겟 2030을 위한 전방개척 선교 지도’에 따르면 아이티는 개척선교지수 G2 지역으로 복음주의자 비율이 15.5% 이상인 국가에 속한다. 이는 한국을 15.5%로 했을 때 선교 일반(General) 지역이라는 의미다. 한국과 비슷한 기독교 분포라는 것이다.

지리적 특성상 미국교회와 미주 한인교회의 선교활동이 집중된 것도 아이티에 한국 선교사의 파송이 부진한 이유 중 하나다.

미국 남침례회와 캐나다 선교부는 1943년부터 본격적인 선교활동을 시작해 250여개의 현지 교회를 세웠다. 한인교회 참여도 활발해 96년 인승칠 선교사가 10년간 활동했고, 뉴저지 소재 이이티선교회가 20회 이상 활동을 했다. 또 필라델피아한인교회에서 현지인 교회인 영생장로교회를 세웠고 최근엔 마이애미한인연합감리교회를 중심으로 선교센터 건립도 추진 중이다.

극도의 치안 불안과 프랑스어 사용권이란 점도 한국 선교사들의 사역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세계 최빈국인 아이티는 80%의 실업률과 55%의 문맹률, 인구 절반이 하루 1달러로 생활하는 국가로 절대적 빈곤 속에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한국 선교사들이 생활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아이티 선교 어떻게 하나=전문가들은 지진 참사로 한국교회의 온정이 답지하는 가운데 단순한 물질 지원과 재건사업에만 그칠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선교사들을 파송해 복음을 전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특히 가톨릭이 다수라도 아프리카 토착신앙 등의 요소가 혼합돼 있어 아이티는 여전히 복음의 불모지라는 것이다.

이 점은 아이티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중앙아메리카 24개국과 남아메리카 12개국 역시 비슷한 실정이다. 중세 말 종교개혁이 진행되는 도중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기독교 전파는 현지 문화와 충돌을 일으키며 반발을 가져왔다. 그 여파로 가톨릭은 식민지 종교라는 인식이 많고 그 내용도 왜곡된 모습으로 남아 있다는 것이 현지 선교사들의 전언이다.

또 아이티가 빈곤한 후진국이라는 것을 감안해 장기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 임마누엘세계선교회 강상수 대표는 “학교 병원 고아원 양로원 기독공동체 등을 실현한다면 아펜젤러나 언더우드에 의한 한국처럼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티선교회 대표 장기수 목사는 그러나 “아이티가 중남미에 속해 있어도 뿌리가 다르고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중남미 국가들과는 고립돼 있다”며 “프로젝트나 구제사역도 중요하지만 자국 문화와 출신 교단의 교리만을 강요하는 선교는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WMA 한정국 사무총장은 “아이티는 2030년까지 117명의 전 세계 선교사들이 필요한 지역”이라며 “아무리 복음화된 지역이라도 선교사는 여전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