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황경애 (11) 성적 A받으면 용돈 1달러… 모든 자녀적용
입력 2010-02-08 17:32
내가 어렸을 땐 거지들이 참 많았다. 부모님은 그들을 보면 데려다 밥을 지어 먹였고, 옷가지들을 챙겨줬다. 또 이웃들이 도움을 요청하면 절대 마다하지 않으셨다. 그 모습이 어찌나 선하고 아름답던지. 요즘 부모들은 자녀들로부터 그런 존경을 받고 있는가.
나는 아이들에게 항상 대접하는 자가 되라고 가르쳤다. 그것이 네 번째 자녀교육 원칙이다. 큰딸 그레이스는 유난히 퍼주기를 좋아했다. “네 것도 좀 챙겨라”고 잔소리를 할 정도였다. 그럼 그레이스는 “엄마도 그러잖아요”라며 웃었다. 아이들은 엄마가 말하는 대로 하지 않고 행동하는 대로 한다. 그래서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라는 말도 있다.
나는 “주는 자가 복 되도다”라는 말씀을 참 좋아한다. 받는 자보다 주는 자가 더 행복하지 않을까. 그래서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이같이 가르쳤다. “한 번 대접을 받으면 두 번 주는 자가 되어라.”
아들이 한국에서 유학할 때 주말에는 인천과 분당의 교회에서 영어 교사로 봉사한 적이 있다. 자기는 무료 봉사를 하려고 했는데, 교회에서는 교통비라며 사례비를 줬다고 한다. 아들은 봉투도 뜯지 않은 상태로 전액을 농어촌교회 선교헌금으로 드렸다. 하나님은 아들의 믿음을 기뻐 받으시고, 더 많은 장학금으로 갚아주셨다.
다섯 번째, 긍지를 심어줘야 한다. 그레이스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 일이다. 하루는 아이가 펑펑 울면서 집으로 왔다. 스쿨버스를 타고 오는 길에 한 백인 아이가 눈이 찢어진 동양 아이라며 놀렸다는 것이다. 나는 그레이스의 손을 잡고 당장 그 아이의 집으로 가 부모를 만났다. 그리고 “당신네 할아버지가 좀 일찍 이민 왔을 뿐인데 무슨 유세를 하느냐, 아들이 계속 학교를 다니게 하고 싶으면 똑바로 교육시켜라, 인종차별 발언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 모르느냐, 교장 선생님께 신고하면 당신 아들은 학교를 옮겨야 한다”며 따끔하게 충고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그레이스와 눈을 맞추고 얘기했다.
“너는 미국에서 태어났으니 미국 사람이고, 한국 부모의 뿌리를 가졌으니 한국 사람이야. 또 무엇보다 하나님의 자녀니까 자신감을 갖고 살아야 해. 미국에서 살면 인종차별은 언젠가 부딪치게 될 문제야. 그 장벽을 넘지 못하면 실패자가 된단다. 만약 뛰어넘지 못할 것 같다면, 뚫고 나가야 해.”
그레이스는 그날 이후 더 당당해졌다. 반장도 하고, 고교 때는 부회장까지 지냈다. 또 고교 졸업식 때는 대통령 표창을 받고, 대학 2학년 때는 백악관에서 인턴십도 하게 됐다. 자녀가 언제 어디서든 당당하길 원한다면, 그 아이에게 자긍심을 심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부모가 뚜렷한 믿음과 긍지를 품고 살아야 한다.
여섯 번째는 올바른 경제관념을 가르쳐야 한다. 어차피 용돈은 주어야 한다. 그러나 나는 돈의 귀함을 체험할 수 있도록 절대 그냥 주지 않았다. 가령, 여덟 살 큰딸이 설거지를 하면 여섯 살 아들은 방 정리를, 네 살 막내는 빨래를 접도록 했다. 집안 일 외에도 아이들이 학교에서 A를 받아오면 1달러씩 용돈으로 주었는데, 그 액수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변하지 않았다. 한번은 막내가 다른 친구는 A를 받으면 부모가 100달러를 준다며 불평했다. 그때 나는 “1달러면 아프리카에서는 다섯 식구가 하루를 살 수 있다”고 얘기해줬더니 막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돈의 가치는 어릴 때부터 확실하게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정리=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