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핵시설 선제 타격 거론…이란 “우라늄 고농축 개시” 맞불

입력 2010-02-07 21:53

이란이 우라늄 농축 작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7일 국영TV에 출연해 “(핵 협상 타결을 위해) 서방에 2~3개월의 시간을 주었지만 그들은 새로운 게임을 시작하려고 했다”며 “이란 원자력기구에 20% 농도의 우라늄 생산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발언은 서방이 핵시설 타격 가능성을 언급하며 압박해오자 이에 정면으로 반발한 것이다.



전날 독일 뮌헨에서 열린 국제안보콘퍼런스에서 이란 핵시설에 대한 선제타격론이 거론됐다. 아직은 서방세계의 핵 프로그램 폐기 요구에 순응하도록 이란을 압박하는 외교적 언급 차원이지만, 일각에선 이란 핵시설 타격론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콘퍼런스에 참석한 조 리버먼 미국 상원의원은 “외교적 노력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강력한 경제적 제재를 추가하든가, 아니면 이란에 대해 군사적 행동을 취해야 한다”며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원 국가안보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미국 최고사령관들은 이미 이란 공격 작전을 검토했다”며 “아무 일도 없길 바라지만 (이란이) 말만 아니라 행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중동 지역을 관할하는 미군 중부사령부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사령관은 지난달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란 대응 비상계획안을 마련 중”이라며 “이란 핵시설은 확실히 폭격당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중부사령부가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거나 우발 사태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하지 않았다면 무책임한 일”이라며 군사적 타격과 관련된 안이 마련돼 있음을 시사했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도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제안에 빨리 답변을 내놓지 않으면 “새로운 제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누체르 모타키 이란 외무장관이 “우라늄 일부를 해외에 보내는 방안을 받아들일 의향이 있으며 최종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타결이 임박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정면 부정했다. 미국 언론들은 게이츠 장관의 발언이 더 강력한 이란 제재를 알리기 위한 수순이라고 해석했다. 게이츠 장관은 기자들에게 “이란은 그 지역의 다른 나라(이스라엘)를 파괴시키겠다고 공언한 유일한 나라”라며 “핵 프로그램이 억제되지 않으면 핵 확산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이스라엘의 핵시설 폭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서방은 이란이 보유한 농도 3.5%의 저농축 우라늄 1500㎏의 70%를 한번에 국외 반출하면 이를 의료용 원자로 가동에 필요한 농도 20%의 연료봉으로 제조해 돌려주겠다고 제안하고 있다. 이란은 그러나 전체 보유분의 20%만 우선 반출하면서 단계적으로 진행하자는 입장이다. 농도 90%의 우라늄 1000㎏이면 핵폭탄 1기를 제조할 수 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대화의 문은 아직 열려 있다”며 협상 여지를 남겨뒀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m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