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성기철] 친박연대
입력 2010-02-07 19:55
미국 민주당의 역사는 참으로 길다. 1792년, 토머스 제퍼슨이 주축이던 ‘공화파’로부터 시작돼 이후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다 1830년대에 현 당명을 얻었다. 민주당 간판을 내건 기간만 따져도 180년에 이른다. 공화당의 경우 1854년, 노예제를 확장하는 내용의 캔자스네브래스카법안에 반대하는 휘그당과 자유토지당이 중심이 돼 결성됐다. 이 역시 156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이후 단 한 번의 당명 변경도 없이 양대 축을 이뤄 미국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는 데 일조해 왔다.
민주공화정의 뿌리가 일천한 일본의 자민당(자유민주당)도 1955년 자유당과 민주당의 합당으로 현재의 이름을 얻어 55년의 긴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패전 후 10년간 이합집산을 거듭했지만 이후 안정된 정당구조를 갖게 됐음을 의미한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 정당의 생명은 지나치게 짧다. 대선과 총선을 계기로 수많은 정당이 명멸하다보니 그 이름을 다 기억하는 사람이 드물 정도다. 1963년 정당법 제정 이후 창당된 정당만 110여개나 된다. 평균 수명이 3년 남짓이다. 특정인의 대통령 선거 출마를 위해 당을 급조하는가 하면, 총선을 앞두고 공천 파동을 겪으면서 당이 새로 생겨나는 일이 다반사다. 대선이나 총선이 끝나고 당이 아예 사라지거나 이름이 바뀌는 경우 또한 허다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정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자신의 대선 출마를 위해 창당해 재임기간 내내 그 이름을 유지했던 민주공화당이다. 17년 6개월. 그 다음이 1997년 이회창씨가 대선을 앞두고 신한국당에서 당명을 바꾼 한나라당이다. 올해로 13년째. 김종필씨가 1995년 창당해 2006년까지 유지했던 자민련(자유민주연합)이 10년 9개월의 역사를 기록했다. 세 번째 장수정당인 셈이다.
친박연대가 당명을 바꿀 것이라고 한다. 당의 틀은 유지하되 이름을 바꿈으로써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대비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지난달 공모를 통해 2049건을 추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연대는 18대 총선 당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따르는 인사들이 만든 당이다. 급조된 당임에도 불구하고 ‘박풍’에 힘입어 무려 14명의 당선자를 냈다. 친박연대란 당명은 창당 때부터 우스꽝스럽게 여겨졌다. 특정 정치인의 이름을 당명에 반영했으니 고개가 갸우뚱거려지는 것은 당연한 일. 2년 만에 당의 간판을 내리게 된 친박연대. 또 어떤 이름을 내걸고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할지 궁금해진다.
성기철 편집부국장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