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애옥] 내 것과 네 것의 문화 차이

입력 2010-02-07 19:22


영업용 택시를 탔는데 운전석 앞면에 마치 부적처럼 자리 잡고 있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내 차처럼 깨끗이 사용합시다.’ 생각나는 또 하나의 기억, 친구의 연구소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벽에 붙어있던 표어. ‘근검절약 따로 없다. 내 것처럼 아껴 쓰자’.

이 두 문구를 보면서 잠시 미국에 살았을 때 한 음식점 공용화장실에서 본 문구가 교차되어 떠올랐다. 영어로 씌어 있는 그 글귀는 ‘내 집처럼 사용하지 마시기 바랍니다(Do not use it like your home)’ 정도로 쉽게 해석이 되었다. 한국에서라면 아마도 ‘내 집처럼 사용하기 바랍니다’라고 표기되었을 텐데, 그 작은 문구 하나에서 느껴지는 문화의 차이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어느 쪽이 옳고 그름이 아니라, 그 문화적 차이를 서로 바꿔서 이해하면 어떨까 생각해보게 된다.

공용으로 쓰는 차나 화장실은 대부분 청결상태를 유지하기가 어렵기 마련이다. 이 것을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 내지는 입장에서는 내 것처럼, 내 집처럼 쓰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으로 보고, 서양 사람들은 공용물건이나 시설을 ‘타인들도 써야 하는 것이니 네 맘대로 하지 마라’라는 식이니 가치관 차이가 판이하다.

서양이 반드시 옳다고 할 수 없지만 우리도 서양의 이런 생활철학을 잘 활용해 본다면 거창한 공중도덕 캠페인 못지않은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이익에만 급급하는 소시민적 이기심에서 벗어나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실천력을 가진다면 타인지향적인 사고방식이 절로 길러지고 내 것보다 타인의 것을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물론 그 시작은 바로 나로부터여야 할 것이다. 오늘 당장 헬스클럽의 샤워장을 나올 때,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수도꼭지에 묻은 비누거품이라도 좀 닦고 나와야겠다. 쑥스러워 별로 실천하지 못하였는데 출입문을 드나들 때 다음 사람을 위해서 손잡이를 붙잡고 있어야겠다. 엘리베이터 탈 때 앞뒤를 좀 살펴보고 노약자에게 먼저 타라고 미소 지으며 내미는 손짓도 실천해보고 싶다. 내 집에서든 남의 집에서든 아무렇게나 벗어두던 욕실화도, 다른 사람을 위해 돌려놓는 습관부터 들여 봐야겠다.

미국의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ADOPT A HIGHWAY’라는 표지판을 보게 된다. 고속도로 입양제도는 개인이나 단체가 도로의 일정구간을 맡아서 청소도 하고 돌보기도 하는 자원봉사이다. 시간과 노동을 기부하는 일이다. 1984년 텍사스주의 제임스 에번스라는 사람이 처음 고속도로 입양운동을 전개하였다고 한다. 우리도 내 것 집착에서 벗어나 어느 골목이나 해변 혹은 동네어귀 보기 좋은 나무 한 그루라도 입양하여 가꾸고 돌보는 일을 한다면 내 것과 네 것의 진정한 조화를 이루는 방법일 것이다.

미국에 있는 스티브 잡스에게 이런 내용을 전달해 문화적인 차이를 적용한 새로운 아이폰이 나오게 하면 어떨까, 하는 엉뚱한 발상을 기부해본다.

김애옥 동아방송예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