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로버트 박 ‘北의 진실’ 알고 싶다

입력 2010-02-07 19:22

인권운동가 로버트 박씨가 북한 억류 40여일 만에 풀려나 미국에 있는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박씨는 다소 수척한 모습이었으나 건강에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법에 따라 엄중 처벌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던 터라 그의 석방은 매우 다행스럽고 환영할 만하다.

그는 지난해 12월 성탄절을 앞두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정치범 수용소 폐쇄와 종교의 자유를 호소하겠다며 두만강을 건너 무단 입북했다. “기독교인으로서 북한에 들어가는 것은 의무”라고도 했다. 국제사회는 그의 순수한 행동에 주목했다.

북한에 들어간 이후 석방되기까지 그의 행적은 알 길이 없다. 박씨는 중국 베이징 공항은 물론 미국 로스앤젤레스 공항에 도착해서도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반면 조선중앙통신은 기막히고 어처구니없는 내용을 보도했다. 박씨가 북한에서 지내면서 북한을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서방의 악선전에 기만당해 지금까지 저지른 죄과를 심각히 반성했다는 게 중앙통신의 전언이다. 박씨가 북한 내 인권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고, ‘서방의 악선전’에 속아 북한 인권 개선운동을 벌여온 데 대해 사과했다는 것이다.

북한이 인권 사각지대라는 점은 새삼 언급할 필요도 없다. 수많은 정치범들이 수용소에 갇혀 고문을 당하는 등 북한 정권의 무자비한 인권 유린 실태를 고발하는 보고서들이 요즘도 줄을 잇고 있다. 때문에 박씨가 북한 정권으로부터 세뇌를 당했거나 엄청난 협박을 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북한에 억류되더라도 미국 정부가 구해주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박씨 발언을 근거로 이번 석방이 박씨의 뜻이 아닌 북·미간 협상의 결과일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됐다.

구구한 억측의 확산을 차단하려면 박씨가 입을 열어야 한다. 북한이 과연 인권국가인지, 그리고 말 못할 사정이 있다면 무엇인지 등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 박씨 가족의 측근인 메디슨 쇼클리 목사는 “박씨 본인으로부터 북한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듣고 싶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인들도 똑같은 심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