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리 해임건의 무엇을 위한 것인가

입력 2010-02-07 19:22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을 비롯한 야권이 정운찬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을 조만간 국회에 제출할 모양이다. 세종시 밀어붙이기로 국론을 분열시켰고, 국정을 이끌 만한 자질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정치인들이 자기 집단의 보스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행동한다”는 정 총리 발언에 자극받은 한나라당 친박계 의원 일부가 이러한 야당 움직임에 동조하고 나서 정국이 또 한번 격랑에 휘말릴 조짐이다. 해임안 제출 시기는 국회 대정부질문이 끝나는 10일 이후가 될 것이라고 한다.

헌법에는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때’라고 명시된 탄핵소추 의결 규정과 달리 국회가 어떤 경우에 총리 해임을 건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규정이 없다. 따라서 야당이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해임건의안을 제출해도 법적 하자는 없다. 취임 이후 정 총리가 국정 수행에 있어 여러 면에서 미숙함을 보인 건 사실이나 해임건의 대상이 될 만큼 큰 잘못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문제는 건의안 제출이 행정부 견제라는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 다분히 세종시 수정안을 무산시키기 위한 정략적 목적에 따라 이용되는 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총리 해임건의안이 가결되려면 재적의원 3분의 1이상의 발의와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 민주당 등 야권이 127석을 갖고 있는 지금의 의석분포로 볼 때 50∼60명의 친박계 의원 중 절반만 가세해도 가결에 필요한 149석 확보가 가능하다. 친박계 의원과 야당의 공조가 이뤄지면 정 총리를 몰아낼 수 있는 상황이다. 많지는 않지만 전례도 있다.

이런 전례가 재현될 것으로 믿고 야당과 친박계 의원 일부가 해임안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듯하다. 해임안 제출의 진짜 목적이 세종시 원안 관철에 있는 것이라면 선후가 틀렸다. 수정안이 통과 안되면 정 총리는 자진사퇴가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세종시 문제는 토론과 대화를 통해 푸는 것이 최선이며, 국회 표결이 차선이다. 분당을 각오했으면 모르되 친박계가 야당의 정치공세에 부화뇌동해선 곤란하다. 해임안 제출은 결코 세종시 해결 방법이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