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모욕적 표현은 스스로를 모욕할 뿐

입력 2010-02-07 19:22

관심을 모았던 ‘듣보잡’ 소송에서 진중권씨가 변희재씨에게 졌다. 진씨가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일보도 맛이 많이 갔어요. 이제는 ‘듣보잡’ 데려다가 칼럼난 채우는 신세가 되었네요”라는 표현이 모욕죄와 명예훼손죄에 해당돼 30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것이다.

변씨와 진씨는 우파와 좌파 진영을 대표하며 상대방을 공격하는 데 앞장선 인터넷 논객이다. 그러나 지식인이라면 치밀한 논리와 증거로 싸워야 하는데도 곧잘 감정이 앞섰다. 이번 소송도 ‘듣도 보도 못한 잡놈’이라는 온라인상의 비속어를 그대로 쓰는 바람에 화를 입었다. 비속어는 순간적으로 쾌감을 줄지 몰라도 그것을 사용하는 순간에 논리는 붕괴되고 토론은 시궁창으로 빠지고 만다. 서로 마주 앉으면 하지 않을 말을 인터넷 공간이라고 해서 쉽게 내뱉는 것도 문제다.

이에 앞서 일부 판사의 표현도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 도중 69세 노인이 재판장의 허락을 받지 않고 발언했다가 39세 판사로부터 “어디서 버릇없이 툭 튀어 나오느냐”며 질책을 받은 사실이 공개되자 국민적 개탄이 일고 있다. 판사가 재판에 참가한 사람에게 “앉아, 일어서”를 반복시키거나 “열중쉬어, 차렷”과 같은 군대식 얼차려까지 시킨다고 한다. 판사에게 법정의 질서를 유지할 권한을 준 것은 재판의 원만한 진행을 위한 것이지 버릇없는 판사를 위한 흉기가 아니다.

검사들의 막말도 이에 못잖다. 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인권상담 사례집’에는 검찰의 폭언으로 인격권을 침해당한 사례가 많다. “이 ××가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검사 앞에 훈계하려 들어?”라는 반말은 보통이고 “네 성씨들은 머리가 너처럼 둔해?”와 같은 수사와 상관없는 인격침해적 발언을 보면 얼굴이 붉어진다.

글 쓰는 지식인들의 토론에서 욕설은 금물이다. 또 국가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공무원들은 기본적인 품위를 지켜야 한다. 법의 권위를 자신의 권위로 착각하는 법관이나, 수사 편의를 위해 모욕적 언사를 남발하는 검사 모두 퇴출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