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문제 ‘정치적 미아’ 가능성
입력 2010-02-07 20:43
세종시 문제가 국회 대정부질문을 거치면서 점점 혼미한 양상으로 빠져들고 있다. 여야 간 또 여당 내 친이·친박계 간 갈등은 더 첨예화되고 있고, 아직 이렇다 할 출구전략도 도출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세종시 논란이 단기간에 종결되기보다는 ‘미아’ 상태로 정치권을 떠돌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세종시, ‘미아’될 수도=수정안 추진이 장기 과제로 머물 가능성은 일단 여권 주류가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수정안을 밀어붙일 의지가 적다는 데 있다. 이는 야권과 친박계의 반대로 본회의는 물론, 상임위에서조차 부결될 가능성이 높은 현실적 상황과 직결돼 있다. 특히 야권과 당내 반발 속에 수정안을 밀어붙였다가 통과되지 않을 땐 곧바로 정운찬 국무총리와 청와대 박형준 정무,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에 대한 경질 요구는 물론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 안상수 원내대표까지 책임론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들이 한꺼번에 책임론에 휩싸이면 한동안 국정 마비가 불가피하고, 이명박 대통령도 조기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한 듯 여권 고위 관계자도 7일 “반발이 뻔한데 무조건 강행 처리하기보다는 시기를 정하지 않고 천천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처리가 늦춰져도 여권 주류가 입을 타격이 크지 않다는 점도 장기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오히려 야권이나 친박계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수도권 출신 친이계 의원은 “세종시 원안은 2030년까지 건설토록 돼 있어 사실상 현 정부하에서 할 일이 많지 않다”며 “특히 (이 대통령은) 원안을 추진하는 것이 국가의 백년대계를 망치는 일이라는 생각이 확고하기 때문에 설령 수정안이 폐기되더라도 원안 추진에 소극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즉 수정안이 폐기될 경우 정부는 법에 정해진 최소한의 조치를 취할 뿐 적극적인 세종시 건설 공사를 하지 않고 차기 정부로 넘길 것이란 얘기다.
여권 일각에서는 제2의 원전 수출이나 남북정상회담 같은 매머드급 대형 이슈가 줄줄이 발표될 경우 세종시 문제가 자연스럽게 뒷전으로 밀릴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출구전략 현실성 낮다=정치권 안팎에서 각종 출구전략이 입에 오르내리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대부분 현실성이 낮다는 분석이 많다.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은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헌법 72조에 ‘외교 통일 안보 및 국가 안위와 관련된 중대한 정책에 대해 국민투표를 할 수 있게 돼 있다”며 “국가 안위와 관련된 수도분할인 만큼 국민투표로 매듭짓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헌법학자들 사이에서는 세종시가 국민투표를 할 사안이냐를 놓고 찬반이 팽팽하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도 “세종시는 국민투표거리가 안 된다”고 일축했다.
또 국회 전원위원회를 개최해 끝장 토론 뒤 표결을 하자거나, 당론투표 대신 의원들의 자유투표에 맡겨 결정짓자는 제안도 있지만 역시 친이 주류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결국 세종시 문제는 현 정부 임기 내에서 해결되지 못하고 차기 정부의 몫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