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츠국방 “핵 문제 진전 없으면 강력한 추가 제재”… 이란 핵시설 타격론 수면위로

입력 2010-02-07 18:46

6일 이란 핵문제 등을 논의한 독일 뮌헨의 국제안보콘퍼런스가 끝난 뒤 미국 고위관계자들이 강력한 추가 이란제재를 공개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했다. 이란으로 하여금 서방세계의 핵 프로그램 폐기 요구에 순응하도록 압박하는 차원이기도 하지만 이란 핵시설 타격론이 점차 힘을 얻는 상황이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6일(현지시간)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제안에 빨리 답변을 내놓지 않으면 “새로운 제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란과 서방 주요국 간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징후는 없다”고 밝혔다.

전날 마누체르 모타키 이란 외무장관이 “우라늄 일부를 해외에 보내는 방안을 받아들일 의향이 있으며 최종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고 밝힌 데 대해 부정적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란 제안을 일축한 게이츠 장관의 발언은 보다 강력한 이란 제재를 알리기 위한 수순이라고 미 언론들은 해석했다. 유엔의 보다 강력한 추가 제재, 특히 핵시설 타격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안보콘퍼런스에 참석한 조 리버먼 미 상원의원은 “외교적 노력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강력한 경제적 제재를 추가하든가, 아니면 이란에 대해 군사적 행동을 취해야 한다”며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원 국가안보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미국 최고사령관들이 이란 공격과 관련해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이미 검토했다”며 “아무도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길 희망하고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말하는 것 이상의 행동을 취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중동지역을 관할하고 있는 미군 중부사령부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사령관은 지난달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이란에 대응하기 위한 비상계획안을 마련 중”이라며 “이란 핵시설은 확실히 폭격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부사령부가 다양한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거나, 우발사태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하지 않았다면 이는 무책임한 일”이라고 말해 군사적 타격과 관련된 안이 마련돼 있음을 시사했다.

게이츠 장관도 기자들에게 “이란은 그 지역의 다른 나라(이스라엘)를 파괴시키겠다고 공언한 유일한 나라”라며 “핵 프로그램이 억제되지 않으면 정말 지역불안정을 일으키는 핵 확산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의미인 동시에 이스라엘의 핵시설 폭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