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그룹 오너 일가 사재출연 거부
입력 2010-02-07 23:40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주 일가가 사재출연과 관련, 산업은행이 제시한 최후통첩을 거부했다. 이에 따라 산은은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대한 경영권 보장을 철회하고 금호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금호석유화학에 대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작업에 착수하는 등 고강도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민유성 산은지주 회장은 7일 “금호 측이 (사재출연과 관련해) 최후통첩을 거부했다”며 “곧 후속조치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산은은 8일 채권단 회의를 열고 후속조치를 결정할 예정이다. 민 회장은 지난 6일 출입기자들과의 신년 산행에서 “금호 오너 일가가 개인적 이득을 위해 주판알을 튕기는 것은 상당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다”며 “데드라인인 7일까지 채권단에 보유 계열사 주식의 처분위임권을 넘기지 않으면 금호석유화학의 자율협약과 그룹 경영권 보장 등을 철회하겠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앞서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에 착수하더라도 대주주 측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최소 3년, 최대 5년간 경영권을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민 회장은 “금호그룹 일가끼리 내부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채권단에 협력하지 않는 계열주는 경영권도 없다”고 덧붙였다. 사재 출연을 거부한 대주주는 경영에서 배제시키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박찬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화학부문 회장뿐 아니라 고 박정구 명예회장 장남인 박철완 그룹 전략경영본부 부장 등 상당수 대주주 일가가 사재 출연 동의서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민 회장은 대우건설 재무적투자자(FI)들에게도 일침을 놨다. 그는 “FI들 중 2∼3곳이 정상화 계획에 합의하지 않았다”며 “만장일치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법정관리로 갈 수밖에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법정관리에 들어가 모든 채권이 동결되는 것보다는 산은의 경영정상화방안이 훨씬 유리하다는 논리로 투자자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공식입장 표명을 유보한 채 대응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관계자는 “채권단이 대주주 오너들의 사재출연 이행 여부를 두고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면서 “현재로선 오너들이 채권단과 직접 협상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양자 간 결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민 회장은 상업은행을 인수해 상업투자은행(CIB)으로 전환하는 문제는 당분간 유보하기로 했다. 민 회장은 “최근 태국 시암시티은행 인수를 철회한 것은 미국 볼커룰(오바마정부의 은행규제안)이 입법화하면 수신기반과 투자은행(IB)업무를 같이 하는 모델을 추구하는 산업은행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볼커룰의 입법화 과정과 글로벌 변화를 보면서 해외 진출과 민영화 전략은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일송 박재찬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