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발 위기, 미·일도 안심 못한다

입력 2010-02-07 20:21

그리스에서 시작된 정부 재정위기가 글로벌 더블딥(이중침체)의 기폭제로 작용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일단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유럽중앙은행(ECB)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국가들이 그리스를 지원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글로벌 재정위기의 여파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최근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중 15개국과 스위스는 기존 부채 상환과 재정지출 확대를 위해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19%에 해당하는 돈을 외부에서 빌려야 한다”면서 EU 국가들의 재정적자에 대해 경고했다.



미국과 일본 등 세계 경제를 주름잡는 경제대국도 재정 위험을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26일 국제신용평가사인 S&P는 일본의 국가신용등급(현 AA)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이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보다 강력한 조치들을 추가로 취하거나 경제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지 않으면 국가신용등급(현 AAA) 강등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이들 국가의 재정적자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해법으로 적극적인 재정 지출 정책을 펴면서 눈덩이처럼 커지는 재정 적자의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이다.



영국의 누적 재정적자는 2008년 10월 6951억 파운드로 GDP의 48.6%였다. 하지만 파산위기에 처한 금융회사에 구제 금융을 투입하면서 적자폭이 급속히 증가, 1년새 GDP의 59.2%로 확대됐다.



스페인의 재정적자 규모는 2008년 GDP대비 2.3%에서 지난해에는 11.4%로 5배 가까이 늘었다. 미국의 지난해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10.5%로 2008년의 4.7%보다 배 넘게 늘었다. 올해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미국 국채는 1조6000억 달러(약 1873조원)로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숫자다.



일본도 2008년 6.2%였던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9.3%로 확대됐다.



재정적자 위험은 갈수록 가중되고 있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은 그리 많지 않다는 데 고민이 더 크다. 일반적인 경우 경상적자가 쌓이고 산업경쟁력이 악화되면 자국 통화를 절하하는 방법으로 수출을 늘려 경상수지를 조절할 수 있으나 프랑스와 독일 등 유로존 국가들은 독자적 통화정책을 사용할 수 없다.



또 일본과 미국은 수출을 확대, 재정 적자 규모를 줄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화증권 정문석 연구위원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향후 5년 내에 수출을 2배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이를 위해서는 중국 위안화가 절상돼야 한다”면서 “그러나 내수 활성화로 경제성장을 달성하려는 중국 정부가 위안화 절상에 응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황일송 김정현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