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신약개발 지원용 2조원 펀드 조성… 허약체질 제약업계에 ‘보약 처방’
입력 2010-02-07 18:30
정부가 신약 개발 지원을 위해 5년 안에 2조원 규모의 연구개발(R&D) 펀드를 만들기로 했다. 또 의약품을 둘러싼 리베이트 문제를 해결하고, 복제약 가격을 안정화해 유통 구조 개선에도 나설 계획이다. 제약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고질적인 문제들을 타파하겠다는 방안이지만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앞서 해결해야 할 것들이 산적해 있다.
◇범정부 차원의 제약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보건복지가족부 기획재정부 교육과학기술부 법무부 지식경제부 등 5개 부처는 7일 제약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합동 발표했다.
우선 R&D 지원을 위해 지경부가 지난해 700억원 규모로 조성한 ‘바이오 메디컬 펀드’ 자금을 확충하고 후속 펀드를 만들어 그 규모를 올해 안에 3000억원, 5년 안에 2조원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신약 개발과 관련한 정부 예산도 지난해 1256억원에서 2012년 19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정부는 제약산업의 R&D에 대한 세금공제액을 20∼30%로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개발된 신약 가격을 책정할 때에는 높은 가격을 인정하도록 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줄 계획이다.
고질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복제 약값 안정화 방안은 이달 안에, 리베이트 근절 처벌 조항은 올 하반기 안에 복지부 주도로 마련하기로 했다.
◇국내 제약산업 현실=국내 제약산업의 총 생산액은 2008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3%인 13조9000억원이다.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불과하다. 국내 제약사 874개의 평균 생산액은 157억원에 불과하고, 완제의약품 생산 기업의 73.6%는 생산 규모가 500억원에 미치지 못한다.
유통 구조의 문제도 심각하다. 매출액 대비 신약 개발 R&D 투자액 비율은 5% 정도밖에 안 되는 반면 판매관리비 비중은 36.8%에 이른다. 판매관리비는 제조업 평균(12.2%)의 3배 이상이고, R&D 투자 비율은 세계 10대 제약기업(17.6%)의 3분의 1도 안 된다.
국내 제약업체들이 품질과 가격 경쟁을 하기보다 리베이트를 통한 국내 시장에만 안주한 결과다. 복제 약값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 환자들에게 부담을 준다는 문제도 끊임없이 지적돼 왔다.
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경쟁력 강화 방안은 신약 개발에 인센티브를 주는 ‘당근 정책’ 위주다. 리베이트 근절과 약값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인센티브 정책만으로는 실효성을 갖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