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죄를 진심으로 참회합니다”… 수형자 286명 노역으로 모은 돈 4179만원 기부
입력 2010-02-07 18:18
살인죄로 징역 1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강모씨는 지난달 28일 전 재산 200만원을 전국범죄피해자지원연합회에 기부했다. 교도소 안에서 봉제작업 등을 하면서 받은 한 달 2만8000원가량의 ‘작업장려금’을 10년 가까이 모은 돈이었다. 강씨는 7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부끄럽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정직하게 일해 번 돈”이라며 “적은 액수지만 범죄 피해자들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기부했다”고 담담히 말했다. 강씨는 수형기간 중 자격증 8개를 따고 교도소장 표창을 5차례나 받는 등 모범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방화죄로 다른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신모씨도 지난달 18일 작업장려금을 모은 100만원을 대구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내놓았다. 하루 8시간씩 작업장에서 책상과 의자를 만들어 받은 돈을 모은 것이다. 신씨는 “피해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아무 조건 없이 기부했다”고 말했다.
법무부가 지난해 10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수형자 작업장려금 기부제도’가 수형자들로부터 커다란 반향을 얻고 있다. 지난해 12월 천안개방교도소 수형자 15명이 220만원을 낸 것을 시작으로 지난달까지 수형자 286명이 4179만원을 기부했다. 노역 대가로 수형자들이 받는 작업장려금이 적게는 하루 600원에서 평균 몇 천원 정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액수다. 수형자들이 낸 기부금은 전국 58개 범죄피해지원센터에 등록된 범죄 피해자 지원에 사용된다.
법무부는 범죄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관계 회복을 통해 재범 방지 및 피해 회복을 돕는 이른바 ‘회복적 사법’(본보 2009년 12월 10∼15일 ‘우리 아이를 용서해주세요’ 시리즈 참조)’을 교정 프로그램에 접목하자는 취지에서 작업장려금 기부 제도를 시작했다. 그동안 작업장려금은 수형자의 질병 치료나 사회정착자금, 가족생활비 등에 한정해 사용할 수 있었다.
법무부 이태희 교정본부장은 “수형자에게 참회 기회를 제공하고 피해자들과의 관계 회복을 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만들었다”며 “예상보다 훨씬 호응이 좋다”고 전했다. 제도가 점차 알려지자 수형자들은 “피해자와 사회에 사죄하고 싶다” “피해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며 작업장려금을 기꺼이 내놓고 있다. 정기적으로 기부하겠다는 수형자들도 있다.
법무부는 2007년 교통사고 사범들이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편지를 보내도록 하는 등 그동안 회복적 사법을 꾸준히 시도해 왔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거부감을 나타내는 등 제도가 안착하지 못하자 피해자 단체 지원이라는 간접적인 방식을 고안해냈다.
법무부는 작업장려금을 기부한 수형자를 가석방 심사에서 우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현재 가석방 판단 기준인 수형생활 태도 등에 피해자 단체 기부 여부를 고려사항으로 포함시키는 방안도 그 중 하나다. 법무부 교정본부 신용해 과장은 “작업장려금 제도가 악용되지 않도록 모범 재소자에 한해서만 기부 여부를 가석방 심사에 참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