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 대부’ 사랑 심었더니 감동 열렸네

입력 2010-02-07 19:34


사랑은 또 다른 사랑과 감동의 열매를 맺게 된다.



서울역 인근에서 쪽방촌 주민과 노숙인들을 돌봐 온 ‘나사로의 집’ 김흥용(71·양지교회·사진) 목사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위암 수술을 앞두고 있는 그를 위해 쪽방촌 주민과 노숙인 100여명이 7일 기도회를 열었기 때문이다.

민 100여명 위암 투병 김흥용 목사 완쾌 기원 기도회

행사가 열린 서울역 벽산빌딩 옆 새꿈어린이공원은 이날 김 목사의 쾌유를 기원하는 기도소리로 가득했다. 쪽방 주민들은 김 목사의 손을 꼭 붙잡고 간절히 기도했다. 고맙다는 의미를 담은 감사장과 꽃다발도 전달했다. 투병 중이지만 김 목사의 얼굴엔 어느샌가 옅은 미소가 머금어져 있었다. 김 목사는 “하루하루 살기도 바쁠 텐데 늙고 병든 날 위해 이렇게 아름다운 꽃을 선물하고 기도를 해 주니 새 힘이 솟는 것 같다”면서 “수술이 끝나면 여생을 쪽방사역에 바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예배를 준비한 거리교회 ‘소망을찾는이’ 김용삼 담임목사는 “서울역 일대 쪽방촌 가운데 김 목사님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것”이라며 “노년에도 쪽방촌을 열심히 찾아다니며 봉사하는 열정을 보이셨다. 빨리 쾌차하셔서 쪽방사역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서울역 일대 사람들에게 ‘대부(代父)’로 통한다. 매일 이 집, 저 집을 둘러보며 아픈 사람은 없는지, 먹을 것이 없어 굶지는 않는지 살펴보는 것이 그의 하루 일과였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인 강원도 삼척에서 상경한 그는 1년을 노숙하며 구걸하고 다녔다. 걸인 처지에 교회에 나갔다가 한 장로의 도움으로 학교 경비와 이발사, 방범대원, 한국은행 사서를 거쳐 1995년 50대 중반에 야간 신학교(예장 정통총회)를 졸업, 목사 안수를 받았다. 1997년 5월 서울역 인근에 ‘나사로의 집’과 이듬해 5월 양지교회를 세웠다. 20년 동안 근무한 은행 퇴직금을 쏟아 부었다.

‘나사로의 집’은 배고픔에 시달리는 2000여 쪽방 주민들을 위해 ‘나눔의 쌀독’을 설치해 쌀을 한 바가지씩 퍼가도록 배려하고 있다. 그동안 13만여명이 이 쌀독을 이용했다. 어둡고 냄새 나는 쪽방들을 찾아다니며 8년째 도배도 해 주고 있다. 김 목사는 2000년 중풍 치료를 받고 2008년 5월 목회 일선에서 은퇴했지만 쪽방을 떠날 수 없었다. 뒤를 이어 쪽방 사람들을 돌볼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가 이 길을 이어 저들의 친구가 되어 주길 기대합니다. 크리스천은 누구보다 가난한 사람을 돌보는 착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김 목사는 간절히 호소했다.

글·사진=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