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거리 누비는 ‘反기독 광고’… 교계 “도 넘은 비판 강력 대응”

입력 2010-02-07 19:26


기독교 신앙을 비판하는 버스 광고가 국내에 등장했다. 창립 당시부터 ‘기독교 추방’을 내걸었던 안티 기독단체가 기획한 일이다. 그간 온라인을 통해 주로 활동했던 반기독교 세력이 대중을 상대로 오프라인상 활동에 돌입했다는 점에서 범기독교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대표적 안티 기독교단체인 반기독교시민운동연합(반기련)은 지난 5일부터 서울 시내 4개 노선, 8대의 버스 외부에 기독교 비판 광고를 내기 시작했다. 반기련은 2003년 “기독교를 이 땅에서 박멸하겠다”는 선언과 함께 출범한 뒤 노골적이고, 집요하게 기독교를 공격해 왔다.

이번 광고는 흰 바탕 위에 검은 글씨로 ‘나는 자신의 창조물을 심판한다는 신을 상상할 수가 없다’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말을 실었다. 지난달 반기련 회원 투표를 거쳐 결정된 문구다. 천재 물리학자의 회의하는 모습을 빌어 기독교 교리를 조롱하겠다는 심산이다.

광고를 붙인 버스는 서울 시내 및 인근 경기도 광명시 등을 오가는 간선버스 271번과 503번, 지선버스 5714번, 2013번 각 2대씩이다. 반기련은 1개월 약정인 이 광고 기간을 늘리기 위해 모금 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광고를 부착한 버스를 타고 시민들의 반응을 살피는 행사를 열 계획이다. 관련 버스를 운행하는 B회사 관계자는 “버스 외부 광고는 낙착을 받은 광고업체에서 자체적으로 수주하고 부착하는 것이지, 우리는 어떤 광고가 나가는지 알지 못하고 관여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반기련의 이 같은 행위는 특정 종교에 대한 단순한 반대 표명이 아니라 증오와 경멸을 담고 있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교회 입장에서 이들의 주장을 일부 무례하고 몰상식한 것이라고 치부하고 넘길 사안이 아니란 의미다. 특히 대중이 이용하는 버스광고를 통해 반기독교 정서를 퍼뜨리려는 시도는 지난해 1월 영국 런던 시내버스에 ‘아마도 신은 없을 것이다. 걱정 말고 인생을 즐겨라’라는 광고가 내걸린 이후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등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한편 감정적 안티 운동의 한계를 보여 온 반기련이 이번 일을 이슈화해 자신들의 존재를 다시 부각시키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8일 임원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키로 했다. 김운태 한기총 총무는 “기독교 역사에서 반기독교 세력은 항상 있어왔지만 최근 들어 더욱 치밀하고 강도 높게 교회를 공격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 일과 관련해 명예훼손 소송 등 법적 조치까지 포함된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기총은 또 산하 교회수호대책위원회를 통해 안티 기독교 운동과 이슬람 등에 대한 감시 활동을 강화키로 했다.

감리교신학대 종교사회학과 이원규 교수는 “비판과 반대의 자유는 있겠지만 특정 종교를 비방, 조롱하는 의견을 공공연하게 표현하는 것은 시민단체의 한계를 넘어선 태도”라고 지적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