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다큐프라임 ‘생명’ 2월8일부터 사흘간 방영
입력 2010-02-07 17:55
가슴이 찡해 오는 ‘생로병사 드라마’
“환자와 만나면서 삶과 생명의 문제를 깊이 있게 풀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명의’처럼 의사 중심이 아닌 환자의 입장에서 살아 있다는 것이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살펴보고 싶었다.”
EBS ‘명의’에서 생명을 살리는 의사의 삶을 섬세하게 조명한 추덕담 PD가 이번에는 환자의 시선을 취한다. EBS 다큐프라임 ‘생명’은 삶이라는 긴 여정을 3회로 나눠 실었다. 1부당 3개의 에피소드를 배치해 삶과 죽음에 대해 고찰한다. 8일 오후 9시50분부터 3일간 생명을 주제로 한 총 9편의 영화를 본다고 생각해도 될 듯하다.
다큐 ‘생명’은 이제 막 세상의 빛을 본 사람들로 포문을 연다. 1부 ‘기적의 아이들’은 신생아의 앙증맞은 움직임 뒤에 있는 부모의 헌신적인 노력을 담는다. 25주 만에 580g으로 태어난 민이는 삼성서울병원 신생아실에서 자라고 있다. 세상에 나오기에는 허약한 민이를 지켜주는 것은 부모의 정성이다. 미숙한 민이를 보면서 한없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감사와 고마움 느끼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혈증후군’으로 쌍둥이를 잃을 처지에 있는 신혼부부 은덕씨와 수민씨는 새 생명을 기다리고 있다. 의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두 아이를 품에 안을 날을 꿈꾸는 그들 또한 노력과 정성으로 아이와 인연의 끈을 만들 준비를 한다. 1부는 하루 종일 누워서 생활해야하는 김재경 산모의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김씨는 아이를 위해 천장만 바라본다. 자궁의 힘이 약해 유산으로 이어지는 자궁경부무력증에 시달리기 때문. 힘들게 들어선 생명을 지키기 위해 그는 화장실을 갈 때 외에는 누워 있는 불편함을 선택한다.
2부는 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사람의 이야기다. 삶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의지는 2부를 관통한다. 두 아이의 성적과 남편의 승진 소식에 웃고 울던 평범한 30대 주부가 유방암 선고를 받았다. 죽음을 늘 곁에 둔 와중에도 그녀는 좋은 엄마가 되기를 포기하지 않았고, 예쁜 아내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폐암말기 선고를 받고 석방된 무기수는 죽음을 앞에 두고서야 삶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사진으로만 기억된 두 아이를 찾아가 아빠로서 용서를 구하려고 한다. 회한과 후회가 밀려오고 다시 잘해보고 싶다는 희망이 생기지만, 두 아이는 ‘못난 아빠’에게 기회를 주려하지 않는다.
림프종 암과 싸우고 있는 조수진(27)씨는 질병 앞에서도 생은 더욱 찬란하게 빛난다고 말한다. 암 투병 생활을 하면서 겪은 소소한 일상을 글과 만화로 담아 인터넷에 연재한 ‘오방떡 소녀 이야기’의 주인공인 그녀의 좌우명은 “암은 암, 청춘은 청춘일 뿐”이다.
추 PD는 생의 매듭을 짓는 것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우리는 생과 죽음 앞에서는 모두 약자가 된다. 할아버지나 신생아 모두 타인의 보살핌을 필요로 한다. 때문에 3부는 생명의 문턱 앞에 선 인간을 보살펴주고 도와주는 제도적인 장치에 눈길을 돌린다. 담담한 다큐멘터리는 허수경 최불암의 내레이션이 더해져 잔잔한 감동을 준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