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파일] 명절 우울증

입력 2010-02-07 17:46


명절 때마다 일시적으로 우울증에 빠지는 주부가 많다. 이를 흔히 ‘명절 우울증’이라고 부르고 있으나 병적인 우울증과 같은 증상으로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일종의 현상학적 증상일 뿐이기 때문이다,

명절 우울증은 설과 같은 명절 전후에 평소와 다른 물리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아 발생하는 것이다. 또 ‘좋은 며느리’라는 일종의 강박관념에 순응해온 기성세대와는 다른 가치관을 가진 신세대 여성일수록 많이 겪는다. 하지만 명절을 전후해 단기간에 생기기 때문에 이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란 거의 없다.

명절 우울증이 생기는 가장 큰 이유는 가부장적 문화와 이른바 ‘좋은 며느리’ 강박관념에 반발하는 신세대 부부와 구세대 어른들 간의 가치관 단절이 가장 크다. 명절을 맞아 음식 준비 및 일가친척 접대 등 과도한 가사노동으로 인해 육체적으로 힘든 것이 주 현상이지만, 여기에 정신적 원인이 가중돼 우울 증상이 동반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부추기는 몇 가지 현상이 있다. 우선 최근 들어 신세대 부부사이에 가사 분담이 일상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명절만 되면 남편이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으면서 접대만 받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거의 명절 때만 만나는 시댁 식구와의 서먹한 관계에다 대화 중 나오는 남편의 형제, 자식들에 대한 각종 얘기들에 의해 자신이 공개적으로 비교, 평가되고 있다는 부담감이 일시에 작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가족간 대화를 통해 서로 이해를 증진시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서로의 가치관 차이를 줄여줄 수 있는 사회적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고 본다.

명절만 되면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주부 본인은 무조건 참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남편이나 시댁 식구, 동서들과 대화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토로하고 이를 개선시켜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물론 본인도 자신만의 생각을 지나치게 고집하지 말고 상대방의 생각과 기존 사회적 가치관과의 조화를 통해 즐거운 명절이 되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남편의 도움도 필요하다. 아내의 고충을 이해하는 한편, 명절 연휴에 못가더라도 그 전후에 따로 시간을 내어 처가를 방문하는 등 아내의 입장을 최대한 배려해주는 노력을 기울여 아내가 서운해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가족 구성원들 간의 가사 분담 노력, 갈등을 해소할 수 있도록 따뜻한 대화를 통해 아내를 지지하고 위해 주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전체 가족 구성원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오락거리를 앞장서 마련하는 것도 도움된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