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건강, 대화만으로 알 수 있다

입력 2010-02-07 17:43


설 명절이 코 앞으로 다가 왔다. 오랜만에 찾아뵙는 부모님. 반가움도 잠시, 부쩍 굵어진 주름살을 보는 순간 가슴이 찡하다. 추운 날씨 탓인지 안색도 수척하고 자식을 대하는 반응도 느릿느릿하신 듯하다. 건강은 괜찮은지 여쭤보면 “늙으니 눈도 침침하고, 가는 귀도 먹는 것 같지만 큰 병 없으니 내 걱정은 말라”고 오히려 자식을 위로하신다. 짧은 연휴지만 함께 지내는 동안 부모님의 건강을 챙겨보자.

◇치매, 난청=연로한 부모님에게 가장 걱정되는 병은 아무래도 치매일 듯싶다. 치매 단계로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미리 간파한다면 약물로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과거와 지금의 언행 변화를 면밀히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와 자연스런 대화 속에서 손자 등 가족의 이름과 최근 있었던 일들을 잘 기억하는지 살핀다. 운동 능력이나 성격의 변화 여부도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치매가 생길 경우 초기 증상으로 승용차를 타고 내릴 때 동작이 매우 굼뜨거나 종종걸음의 증상을 보인다. 얼굴 표정이 굳어지고 그동안 잘 하던 간단한 계산을 못하거나 판단력이 떨어지고 발음이 명확치 않은 현상을 보이는 지도 체크 사항이다. 외출했다가 집을 찾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하면 치매 초기 증상을 의심해봐야 한다.

나이 들면서 귀가 어두워지는 이른바 ‘노인성 난청’ 여부도 부모님과 대화 속에서 어느 정도 파악 가능하다. 대화 중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이 웅얼거리거나 얼버무린 것처럼 들려 자주 다시 말해 달라고 요청을 하는지, 음정이 높은 여자보다 남자 목소리를 더 알아듣기 편해 하는지, 전화하는데 어려움이 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 귀에서 울리는 소리, 으르렁거리거나 쉬쉬 대는 소리가 들린다면 ‘이명’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호흡기, 안과, 잇몸 질환=심한 일교차와 건조한 날씨로 인한 감기로 기침을 할 수 있지만 계속해서 기침을 하거나 일반 기침 소리와 다르다면 좀더 세심히 관찰해 봐야 한다. 천식이나 폐결핵, 폐암 등도 기침을 일으키는 원인이기 때문이다. 기침과 함께 가래에 피가 소량 묻어 나오거나 피를 많이 쏟는 경우엔 당장 병원을 찾아야 한다. 기침을 하면서 호흡 곤란 증상을 보이면 천식이나 폐렴 가능성도 있다.

백내장이나 녹내장 등 안과 질환으로 보는 데 불편함이 없는지도 잘 살펴보자. 집에 있는 달력이나 시계를 이용해 간단한 시력 검사를 해 보는 것도 한 방법. 또 눈이 잘 충혈되고 쉽게 침침해지는지, 바깥에 나가면 눈이 부시거나 사물이 뿌옇게 보이는지, 시야가 좁아지진 않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치아나 잇몸 질환도 중요한 체크 포인트. 음식물을 잘 씹는지, 치아가 흔들리고 힘이 없는지 등을 살펴보자. 또 치아 사이가 너무 벌어져 있거나 잇몸이 붉게 변하고 살짝만 건드려도 아픔을 느끼는지 확인해 본다. 입냄새가 심하거나 잇몸에 볼록하게 고름이 차 있다거나 들뜬 느낌이 든다면 치료가 필요하다. 틀니를 하고 있다면 이로 인해 혀 등에 염증이 생기진 않았는지 확인해 보고 매일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말자.

◇혈색과 체중=이전에 봤을 때보다 혈색이 노란빛을 띤다면 위나 간 같은 소화기관의 문제를 의심할 수 있다. 소화에 관여하는 담즙이 제대로 분비되지 못하면 혈색이 변할 수 있다. 또 식사를 제 때 하는지, 잠을 자도 잔것 같지 않고 몸이 나른하지는 않은지, 간혹 구역질·구토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지 추가로 물어보자.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선우성 교수는 “특히 지난 명절때보다 몸무게가 10% 이상 줄어드는 등 급격한 변화가 있다면 암이나 당뇨병 등 중병이 의심되는 만큼 정밀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효도 성형으로 젊음 선사=윗 눈꺼풀이 아래로 심하게 처져 시야를 가릴 정도라면 ‘상안검 교정’ 수술을 해 드리는 것도 한번쯤 고려해 보자. 또 눈가나 미간 등 얼굴에 주름살이 늘었다면 주름살 제거 시술을 권해 드리는 것도 좋다. 요즘엔 보톡스 주사나 필러 시술 같은 간단한 방법들이 많이 시행되고 있다. ‘저승꽃’으로 불리는 검버섯도 레이저 시술로 쉽게 제거 가능하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