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현실·기억 넘나드는 ‘3색 변주곡’

입력 2010-02-07 17:40


송은영 ‘침범하는’ 展… 2월27일까지 선컴템포터리

서울 소격동 선컨템포러리에서 27일까지 전시되는 송은영(39)의 작품 ‘침대들’(사진)을 유심히 살펴보면 실내풍경은 사실적이지만 그 안의 사물들은 원근법에 관계없이 서로의 외곽선을 침범하고 있다. 사물들이 존재의 무게를 갖지 않는 환영이라는 아이러니를 표현하려는 작가의 의도이다.

세종대 회화과와 프랑스 팡테옹 소르본 파리1대학 조형예술학과를 거친 작가는 한국과 프랑스에서 수 차례 전시를 통해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송은문화대상(2003년)과 석주미술상(2006년)을 수상했다. 작가는 거울을 소재로 시선을 교란시키면서 관람객에게 ‘자아’에 대한 인식을 유도하는 작업을 해왔다.

이번 전시 제목은 ‘침범하는’(Invading)으로 실제와 환영을 넘나들며 존재와 기억의 관계를 보여주는 회화 10여점을 선보인다. 그의 작품은 삶의 소소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연극무대와 같다. “저의 그림은 환상과 실재, 그리고 기억의 3색 변주인 셈이죠.”

아파트 베란다 창틀 앞쪽에 의자가 걸쳐져 있거나 깔끔하게 정리된 탁자 위에 소파가 올려져 있는 작품이 이색적이다. 침대의 네 기둥이 공중에 떠있거나 벽에 기대어져 세워진 가구와 침대가 뒤섞인 묘사를 통해 질서와 허구의 어긋난 기하학적 풍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작가는 꿈과 희망, 환상과 기억도 사회의 문화적 틀 속에서 생성되는 산물로 본다. “우리가 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라 할 수 있지요. 시각이란 생물학적 감각보다 문명적 환경에 지배된다는 것을 원근법을 비틀어 환기시켜 주고 싶어요.”(02-720-5789)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