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판소리극 ‘닭들의 꿈, 날다’

입력 2010-02-07 17:31


“UFO/ 확인 못한/ 비행물체/ 하늘로 날아간다./ UFO/ 확인 못한/ 비행물체/ 확인해 보니/ 시상에/ 증말/ 닭이드래요.”

창작 판소리극 ‘닭들의 꿈, 날다’는 이렇게 시작된다. 날개는 있으되, 날지 못하는 닭이 날면 당연히 뉴스. 연극에는 기자가 등장하고, 목격자가 증언한다.

증인1이 “저 거이… 닭 같네”라고 하자 증인2가 “닭이 우찌 바다를 날나?”라고 핀잔을 준다. 또 증인3이 “닭이 말도 했드래요. ‘꿈은 이루어진다’고”라고 하자 증인1은 “꿈은 이루어진다? 지랄, 지랄, 지랄이다!”라고 욕을 퍼붓는다. 세상사람 모두를 대표해서.

‘닭들의 꿈, 날다’는 날지 못하는 닭 ‘꼬비’가 하늘을 나는 꿈을 꾸고 이를 이룬다는 이야기다. 어처구니없는 꿈이다. 하지만 연극은 꿈의 내용보다 꿈을 꾼다는 자체가 어처구니없다고 외친다.

“꿈이란 건 우리를 속이는 생각이야/ 꿈을 꾸면 세상과 멀어질 뿐/ 꿈은 독보다 위험한 것/ 꿈은 중독 되는 무서운 약”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꿈을 꾼 꼬비는 ‘닭수리’로 변신, 비상한다(닭수리가 궁금하다면 연극을 보시길).

연극은 꿈을 잃어버린 현대인을 일깨운다. 그러면서 협력할 때 꿈은 반드시 이뤄진다고 강조한다. 꿈을 이루는 가장 강력한 동기는 기독교의 사랑이라고도 전한다. 어찌 보면 진부하다. 연극은 이 뻔한 이야기를 판소리에 얹고 장단과 해학을 풀어낸다.

초반은 약간 지루했다. UFO 사건의 발단을 전달하는 각 증언이 생각보다 길게 느껴졌다. 3장까지 등장인물 혼자서 전달해야 하는 정보가 너무 많다 보니 호흡이 길어졌고 속도감이 떨어졌다.

그러나 중반에 접어들면서 시선을 고정시키더니 마지막까지 단숨에 내달렸다. 자진머리 장단의 “달려간다 달려간다 날아간다 날아간다” 합창은 굿거리장단의 “더불어 함께 달리는 거야 우리 꿈을 위하여”로 이어지고 금세 ‘닭수리’의 비상에 가 닿는다.

함께 관람한 김설아(20·여·경기도 수지)씨도 “판소리 장단에 이끌려 시간 가는 줄 몰랐다”면서 “꿈을 찾는다는 주제를 통해 잠시 꿈 많았던 어린시절로 돌아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혜준(29·서울 중곡동)씨는 “판소리 연극이어서 신선했다”고 했다. 이번 무대는 앙코르 공연이다. 지난해 10월 나흘간 같은 장소에서 공연했고, 판소리극보다 뮤지컬에 가까워 대중에 크게 어필, 장기공연 기회를 얻었다. 기독교 공연문화공동체 ‘문화행동 바람’이 만들고, 창작 판소리 공동체 ‘바닥소리’가 출연했다.

멍구 역 박은정씨의 평안도 사투리 연기가 돋보인다. 판소리꾼이면서 연기까지 잘하긴 쉽지 않다. 극작가 김수형 연출 작이다. 21일까지 서울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02-3143-7709).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