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여부 확인도 않고 낙태 시술”
입력 2010-02-05 23:31
“임신 주수에 상관없이 인공유산(낙태) 시술을 한다.” “임신 사실을 확인도 않고 마구 시술을 한다.” 불법 낙태 수술과 관련한 익명의 제보가 불법 낙태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는 의사단체에 잇따르고 있다.
‘프로라이프의사회’는 임신 여부를 확인도 하지 않고 멀쩡한 여성의 자궁을 긁어내는 등 5일 현재까지 접수된 낙태 관련 충격적인 제보 내용을 언론에 공개했다.
서울의 모 산부인과의원의 경우 임신 주수와 상관없이 낙태를 원할 경우 임신부가 어떤 상황인지도 가리지 않고 낙태 수술을 해준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이 제보자는 이 병원이 현금만 받고 낙태 수술을 해준다며, 탈세를 위해 이중장부를 두고 있다고 고발했다. 게다가 이 병원은 임신 여부가 확실하지도 않은 상태의 여성의 멀쩡한 자궁을 긁어내는 수술을 한 뒤 낙태 처리물을 원장실 안에 있는 하수구를 통해 수십년간 몰래 폐기해 왔다고 한다.
충남에 있는 모 공립병원 산부인과에서는 불법 낙태 시술 사실을 감추기 위해 차트에 모두 ‘계류 유산’(뱃속의 태아가 이미 죽었는데도 자궁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경우)으로 허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 병원은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면 병원과 산모, 모두 처벌받게 되기 때문에 양측 합의 하에 건강보험 청구를 안 하고 있다고 했다.
자연분만만 가능한 조산소에서 10여년 전부터 불법 낙태 수술을 하고 있다는 제보도 있었다. 이 조산소는 주로 경제력이 떨어지는 미혼모 학생들로부터 월당 10만원(임신 2개월이면 20만원, 3개월이면 30만원)씩 받고 낙태 수술을 일삼고 있다는 것이다. 제보자는 “이 조산소가 심지어 7∼8개월 된 태아도 낙태하고, 살아서 태어나는 아기들은 목을 눌러 사망케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밖에 감기약을 먹어 낙태를 고민하는 임신부에게 낙태를 권유하거나 낙태 후 약물 처방이 노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직원이나 의사의 가족 명의로 대리 처방을 내려 산모에게 약을 주는 병원들도 고발됐다.
심상덕 프로라이프의사회 윤리위원장은 “제보된 기관에 하루만 나가 봐도 알 수 있는 무법천지 실태를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가 모르고 방치하는 것인지, 알고도 묵인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이 사태를 계속 방치할 경우 장관을 직무유기로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