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朴이 ‘총리 해임안’ 키 쥐었다

입력 2010-02-05 23:14


정운찬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이 정국 쟁점으로 급부상함에 따라 세종시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정 총리 해임 문제는 정 총리가 전날 대정부 질문에서 “계파 보스의 생각에 따라 입장이 달라져 안타깝다”며 보스정치를 비판한 게 발단이 됐다. 한나라당 내 친박계 의원들은 박근혜 전 대표가 ‘계파 보스정치’의 당사자로 지목된 데 대해 격분하고 있다.

정 총리 해임은 당초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주장에 불과했고 의석 분포로 볼 때 해임건의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없었다. 국무총리나 국무위원 해임건의안 제출은 재적의원(현재 297명) 과반(149명)의 찬성으로 가결된다. 현재 한나라당 169석, 민주당 86석, 자유선진당 17석, 친박연대 8석, 민주노동당 5석, 창조한국당 2석, 진보신당 1석, 무소속 9석 등이다. 야당과 무소속을 모두 합쳐도 128석에 불과하다.

그러나 야당의 해임건의안 제출 방침에 일부 친박계 의원들이 동조 움직임을 보이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50~60석에 달하는 친박계 의원들이 가세할 경우 해임건의안 처리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이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말을 뒤집고 국민을 속이는 이 대통령에 대한 책임규명은 차차 할 것”이라며 적절한 시점에 총리 해임건의안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도 “갈등과 대립을 부채질하는 총리는 자격이 없다”며 정 총리의 사퇴를 촉구했다. 민주당과 선진당은 해임건의안 제출 시 적극 공조하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일부 친박계 의원이 “해임건의안이 제출되면 찬성할 것”이란 얘기를 심심찮게 하고 있다. 물론 친박계 의원들이 무더기로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전혀 검토되거나 논의된 바 없는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일축했다. 민주당 관계자도 “친박계가 해임건의안에 동의하는 것은 한나라당의 분당을 초래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어서 크게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해임건의안은 무기명 투표이기 때문에 친박계 의원들 사이에서 20석 이상의 찬성표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론의 추이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