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發 모바일 혁명] (5·끝) 해외 기업들 ‘애플 따라잡기’

입력 2010-02-05 18:20


‘아이패드(iPad)에 이어 지패드(GPad)가 나온다.’

구글의 인터넷 브라우저이자 차세대 PC 운영체제(OS)인 ‘크롬’ 개발자들이 애플 따라잡기에 나섰다. 애플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가 태블릿PC ‘아이패드’를 발표한 직후, 크롬 개발자들의 인터넷 포럼에는 터치스크린을 사용하는 PC를 위한 크롬의 가상 이미지가 올라왔다. 가상 키보드와 구글의 검색창을 결합한 모습으로 아이패드와 흡사했다. 영국의 디지털 뉴스 매체 레지스터는 구글이 애플을 모방했다며 이를 구글의 머리글자 ‘G’를 붙여 ‘지패드’라고 이름 지었다.

애플의 파격적인 행보에 당황한 것은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만이 아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해외 유수 IT 업체들도 애플의 새로운 발상과 접근을 모방하고 있다.

구글 개발자들이 선보인 지패드는 애플의 아이디어를 흡수하면서도 그 한계를 넘으려는 전략을 잘 보여준다. 지패드는 아이패드의 강점인 모바일 사용자환경(UI)을 그대로 본받으면서도, 자체 제작한 하드웨어만을 고집하는 애플의 폐쇄적인 정책과 달리 모든 태블릿PC에서 사용할 수 있고, 전 세계 프로그래머들이 자유롭게 변형할 수 있는 오픈소스 정책을 채택했다.

구글은 이미 애플의 아이폰에 대항할 안드로이드폰을 선보였다. 안드로이드는 지패드처럼 모든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개방형 모바일 OS다. 그러면서 구글은 애플 앱스토어와 비슷한 개념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장터 ‘안드로이드 마켓’을 개설하는 등 애플을 철저히 벤치마킹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구글이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을 겨냥한 PC용 앱스토어를 개설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기존에 구글이 제공하고 있는 온라인 오피스 프로그램에 개인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새로운 기능을 더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애플의 아이디어인 앱스토어를 끌어들여와 MS가 장악하고 있는 오피스 소프트웨어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전자책 단말기 ‘킨들’로 성공한 세계 최대 온라인 서점 ‘아마존’도 애플이라는 강력한 경쟁자를 만났다. 아이패드가 싼 가격과 컬러 화면으로 전자책 시장을 공략하고 있어 킨들의 아성을 지켜야 하는 처지가 된 것. 아마존은 킨들의 가격을 낮추고 출판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등 전자책 기능을 더 강화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제프 벤조스 아마존 CEO는 킨들을 통해 공급되는 책과 잡지, 신문 서비스를 확충하는 대신 PC 기능을 덧붙이는 방안은 당분간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아마존과 애플은 벌써 출판사들의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전자책 가격을 인상하는 등 경쟁에 들어갔다.

MS도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MS가 아이패드에서 가장 주목한 것은 10시간 동안 지속되는 배터리다. MS는 지난해 발표한 OS 야심작 ‘윈도7’의 전력 사용량이 너무 많다고 보고, 문제점을 개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디지털 시장의 중심이 PC에서 아이폰이나 태블릿PC와 같은 모바일 디바이스로 옮겨가면서 배터리 용량이 중요해졌다.

또 MS는 아이패드 버전을 갖춘 오피스 소프트웨어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아이폰에서 워드와 엑셀을 사용할 수 있는 ‘퀵오피스’를 내놓은 MS가 아이패드에서 오피스를 구동시킬 수 있도록 만든다면 큰 수익을 올릴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MS는 아이패드 깎아내리기에도 열심이다. 브랜든 왓슨 MS 제품 매니저 디렉터는 “우리가 애플보다 훨씬 더 개방적인 것으로 보인다. 애플 환경에서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은 돈을 벌기 어렵다”며 아이패드의 폐쇄성을 꼬집었다.

게임기로 애플과 경쟁하게 된 일본 닌텐도도 아이패드 흠집 내기에 가세했다. 이와타 사토루 닌텐도 사장은 “아이패드는 더 커진 아이팟터치일 뿐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HP, 델, 레노버 등 PC 제조사들은 아이패드 출시를 기회로 태블릿PC 시장이 확대되길 기대하고 있다. 델은 아이패드와 아이폰의 중간 크기 태블릿PC인 ‘미니5’를 내놓았고, HP도 ‘슬레이트’라는 이름의 멀티터치 태블릿PC를 선보일 예정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10인치 크기의 화면을 가진 아이패드는 최저 499달러인 데 반해, 절반 크기인 미니5는 2배가 넘는 1085달러다.

김지방 천지우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