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환경 같은 신앙] 아이티 지진 극적 구조 여대생… “건물더미 속 6일 믿음으로 버텨”
입력 2010-02-05 18:25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이티 지진 발생 이후 6일 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23세 여대생 맥시 팔론. 붕괴된 대학 건물 더미 속에서도 그녀를 버티게 해준 것은 기도와 친구의 힘이었다. CNN은 3일(현지시간) “건물 더미 속에서 지낸 6일은 아이티 여성의 신앙심을 무너뜨리지 못했다”고 했다.
그녀가 수도 포르토프랭스 중심가에 위치한 GOC대학교에 도착한 시간은 지난달 12일 오후 3시쯤. 화장기 없는 얼굴에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회색 셔츠와 블랙진 차림이었다. 6층 강의실에 자리를 잡은 뒤 몇 분이 지나지 않아 건물은 심하게 흔들렸고, 그녀를 포함한 학생들은 문 밖으로 나가 계단 쪽으로 달려갔다. 그녀 앞에서 크게 먼지가 일어나더니 큰 물체가 떨어졌다. 미국인 친구 미카였다. 그녀의 다리는 부러졌고, 머리에선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둘은 콘크리트 더미에 깔려 샴쌍둥이처럼 엉긴 채 움직일 수 없었다. 휴대전화 LCD 조명이 유일한 불빛이었다. 그마저도 오래가지 못하고 온 세상은 암흑으로 변했다.
“여기엔 생존자가 없어요”라는 외부 세계의 절망적인 외침이 들려왔다. 그러나 그녀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트랙터와 불도저의 소리로 낮과 밤을 표시하며 날짜를 계산했다. 번갈아 잠자리에 들며 끊임없이 “우리는 살아 있다”고 외부에 소리쳤다. 소변을 모아 타들어가는 입술을 적셨다.
또 팔론과 미카는 오후에 한번, 잠들기 전 한번 하루에 두 번씩 기도를 꼭 올렸다. 팔론이 먼저 주기도문을 외우면 미카가 화답하는 형식이었다. 둘은 하나님이 자신들을 이런 곳에 보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건물 더미 바깥에선 팔론의 이복 언니인 캐를린 조아세우스의 밤낮을 잊은 기도가 계속되고 있었다.
그로부터 6일 뒤인 지난달 18일, 마침내 팔론과 미카는 구조돼 차가운 물을 목으로 넘길 수 있었다. 팔론은 아직 혼자서 걷거나 목욕을 하지 못한다. 그러나 팔론은 결심했다. 평소 꿈이었던 간호사가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두 번째 인생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또 다리가 절단된 채 미국으로 떠난 미카를 만나러 가기로 했다. 자신을 이해해줄 수 있는 유일한 친구이기에.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