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이어 유럽 악재까지… ‘글로벌 더블딥’ 공포

입력 2010-02-05 23:10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변수의 주체가 시장에서 정부로 바뀌면서 각국의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무리한 파생상품 확장에서 촉발된 금융위기의 주체가 단기자금을 주무르던 금융회사였다면 이번엔 재정을 관리하는 국가의 위기다. 충격의 전파력 측면에선 재정위기가 금융위기보다 느리지만 파급력에선 글로벌 더블딥(세계 경기 재침체)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 대외 변수에 취약한 우리 경제의 회복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릐‘3대 경제권 동조화’ 위기 증폭 원인=재정위기는 북미와 유럽, 중국을 포함한 동북아 등 3대 경제권에 걸쳐 진행 중이다. 각 경제권 모두 전반적인 경기는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경기 곡선이 완전한 상승세를 올라타지 못하는 상황이다. 시장의 실패를 메우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부은 각 경제권도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재정을 통한 경기방어가 끝나면서 시장이 정부의 공백을 이어가야 할 시점이지만 G2(미국 중국)의 긴축 등으로 재정 건전성 문제가 예상보다 일찍 불거졌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5일 “이번 재정위기는 금융위기처럼 문제가 보여도 구조조정을 벌일 만한 대상도 아닌데다 출구전략을 강화해 홀로 재정 흑자로 돌아설 수도 없다”며 “다만 리먼 사태처럼 전혀 준비가 안 된 것은 아니어서 심각성은 덜하겠지만 실물 침체가 길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3대 경제권의 거시·금융지표가 비슷하게 움직이는 동조화 현상 역시 글로벌 재정위기 증폭에 한몫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재정 건전성과 경기속도 조절을 고려한 G2의 동반 긴축 움직임에 유럽발 재정위기가 겹치면서 시장도 글로벌 경기 회복력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특히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등의 재정적자가 급증하면서 유럽의 신용불안 우려가 현실화할 경우 단기자금시장이 다시 말라붙을 수 있다는 불안도 국제 금융시장을 엄습하고 있다.

릐우리 정부의 대응책은=재정위기는 예견된 악재다. 시장에 쏟아 부은 돈이 워낙 많다 보니 회수와 장기 재정 관리에 문제가 생기는 건 당연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3대 경제권의 재정 불안이 겹쳤다는 점이다. 여기에 G2 등 거대 경제국의 이른 긴축 모드가 재정위기 불씨에 기름을 붓고 있는 셈이다. 우리 정부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G2의 긴축과 유럽발 재정위기가 당장 현실화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제 금융이 맞물려 있는 만큼 간접 영향권에 들어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위험 요인을 점검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 들어 거시경제지표 맥박이 눈에 띄게 약화되면서 정부의 고민도 커졌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0.2%를 보인 뒤 올 들어 회복 속도가 떨어질 경우 추가 재정지출 부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모두 대외 변수인 만큼 일단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며 “상황 전개에 따라 대응책의 수위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