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으로…” 글로벌 투자 자금, 달러화·채권 등으로 쏠려
입력 2010-02-05 23:08
GPS(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국가의 재정적자 문제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공포로 밀어 넣었다. 증시, 상품시장(원자재 등) 등 위험자산에 투자했던 자금이 급속히 이탈하면서 달러화, 엔화,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쏠렸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되면서 5일 채권시장에서 금리가 하락했다. 달러화와 엔화 가치가 상승하고 유로화 가치는 급락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4.22%로 전날보다 0.04%포인트 하락했다.
달러화 대비 유로화 환율은 현지시간으로 4일 미국 뉴욕 시장에서 전날보다 1.25% 오른 1달러에 0.7287유로를 기록했다. 유로 가치 하락 폭은 지난해 5월 이후 최고치다.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달 11일 1119.9원에서 지난 1일 1169.5원까지 오른 뒤 5일 1169.9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자금이 주식보다 안정적인 채권, 달러화, 엔화 등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저금리에 막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빠르고 강도 높게 진행됐던 위험자산 선호 흐름이 일단락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NH투자증권 임정석 투자전략팀장은 “급격한 자금 이동이 일어나면 그동안 상대적으로 돈이 몰렸던 이머징 주식시장, 상품시장이 가장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불안의 뿌리인 GPS 국가 신용위험이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유로화 가치 절하나 유럽연합(EU) 차원의 구제금융 지원이 해결책이지만 회원국 간 합의, 기축통화 국가(미국 중국 일본)의 양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가 부도까지 가지는 않겠지만 2분기 초반까지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시장 불안이 계속되면 안전자산 쏠림은 가속도가 붙는다.
SK증권 양진모 연구원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유로화가 절하돼야 한다. 문제국과 독일 프랑스 등이 타협해야 하기 때문에 장기간 금융시장이 불안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대우증권 고유선 경제금융팀장은 “그리스 국채 만기가 4~5월에 집중돼 있어 2분기 초반이 고비”라며 “자금 조달이 원활히 이뤄진다면 소버린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