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박 가족들 “모든 것 미국 정부에 맡기겠다”… 모친, 친척 박종렬 목사와 통화
입력 2010-02-05 18:13
로버트 박에 대한 북측의 석방 결정과 관련, 미국에 있는 로버트 박의 어머니 조혜련(64)씨는 5일 오전(한국시간) 사단법인 ‘함께 걷는 길벗회’ 이사장인 박종렬 목사와의 전화통화에서 “모든 것을 미국 정부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로버트 박의 아저씨뻘로 남북평화재단 경인본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박 목사에 따르면 조씨는 국제전화로 아들의 석방 소식을 전해듣자 “미국 TV에서 아들에 대한 소식이 보도되고 있다”며 “아들이 북한에 들어간 뒤 미 정부에서 매일 안부전화를 하면서 잘 있다고 전해줘 안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씨는 “로버트 박의 석방과 인도 과정에서 미 정부가 데리고 오거나 가족들이 북측의 접경구역에서 만나거나 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 정부에 위임하고 따르겠다”며 “아직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는 사양하겠다”고 밝혔다. 조씨는 또 “한때 북한에 한번 가자는 얘기가 나온 적도 있으나 미 정부가 워낙 세심하게 배려해 그냥 미국에 있기로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박 목사는 “미국의 가족들은 로버트 박의 안위를 걱정해 온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로버트 박 자신은 석방을 원치 않고 있기 때문에 그의 순수한 마음을 존중하겠다는 것이 한국의 친척들과 미국에 있는 부모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박 목사는 “미 정부가 로버트 박에 대해 세심하게 배려한 것은 놀라울 정도”라며 “미 정부의 로버트 박 인도 과정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한국을 거치지 않고 미국으로 바로 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로버트 박이 한국에 들어와 봉사활동을 했던 인천 주안동 함께 걷는 길벗회 산하 섬김의 집에서도 환영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로버트 박은 섬김의 집에서 2008년 7월부터 1개월 동안 스스로 일어설 수 없는 중증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자원봉사활동을 하면서 하루 한 끼 식사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섬김의 집 오현철 원장은 “주일예배 때마다 로버트 박 석방을 위한 기도회를 열어왔다”며 “일단 북측의 석방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오 원장은 이어 “로버트 박 선교사의 입북과 석방을 계기로 남북 화해의 물꼬가 터졌으면 좋겠다”며 “당시 로버트 박 선교사가 섬김 활동을 벌였던 뇌성마비 1급 장애인 이혜영(34)씨 등이 지금도 박 선교사를 기억하며 기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