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인 31.7톤은 쌀이 아니라 영혼입니다”
입력 2010-02-05 18:14
“현물로 걷힌 양이 4.1t, 헌금으로 구입한 양이 27.6t으로 총 31.7t의 쌀이 모였습니다.”
5일 오전 서울 미아동 강북제일교회(황형택 목사) 강당에 모인 500여 여성도들의 입에서 ‘어머나’ ‘와’ 하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이들의 표정은 맞춰 입은 연두색 조끼만큼 환해졌다. 이 자리는 강북제일교회가 지난 3주간 모은 ‘사랑의 쌀’ 1차분을 이웃에게 직접 나눠주기 위한 자원봉사자 발대식이었다. 황 목사는 “구제를 좋아하는 자는 풍족하여질 것이요 남을 윤택하게 하는 자는 자기도 윤택하여지리라”(잠 11:24)는 성경 말씀을 인용하며 “어려운 중에도 남을 도울 수 있는 풍족한 영혼을 주신 것에 감사드리자”고 전했다.
강북제일교회는 2007년부터 매년 설을 앞두고 사랑의 쌀 나누기 행사를 해왔다. 첫해 10t을 나눈 이래로 꾸준히 늘어 지난해에는 25t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쌀 나눔과 관련된 한 성도의 간증이 교회에 큰 감동을 주기도 했다. 당장 먹을 것이 없는데도 ‘누구나 1㎏씩 내자’는 독려에 쌀독을 털어 겨우 1㎏를 갖다 내고 얼마 후 바로 그 쌀 수혜자로 선정돼 20㎏을 전달받게 되자 “어려움 속에서 기부했더니 정말 스무 배로 돌려주셨다”고 눈물을 흘렸다는 것.
이런 영향으로 올해 나눌 쌀의 양이 예상밖으로 30t을 훌쩍 넘어섰다, 돈으로 환산하면 6000만원 상당이다. 서민들이 주로 사는 지역에 위치한, 교회학교까지 1만명 교인의 교회로서는 대단한 일이다. 또 쌀 모으기 기간 중이던 지난달 17일 아이티 돕기 성금을 따로 모아 6700여만원을 기부했다는 점도 놀랍다.
이날 모인 성도들은 성북나눔의집 등 12곳의 복지기관과 교회 내 240곳의 어려운 가정 등 강북구 도봉구 노원구와 의정부 일대에 쌀을 직접 전달했다. 또 5t은 강북구청, 2t은 미아3동 주민센터에 기증했다.
글·사진=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