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물꼬 튼 영화 ‘하모니’ ‘건달녀’ 역 배우 김재화… 연극 경력 15년 정통 실력파
입력 2010-02-05 18:10
개봉 9일째인 5일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 영화 흥행 물꼬를 트고 있는 ‘하모니’는 여자 교도소에 수감된 사람들이 합창단을 결성하는 과정을 통해 용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다.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인 만큼 영화에는 김윤진, 나문희 외에도 다양한 개성을 가진 여배우들이 출연,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만들며 재미를 더한다.
정수영, 박준면 등 막강 조연 군단 가운데서도 유난히 눈에 띄는 인물이 한 명 있다.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로 대선배인 나문희에게도 눌리지 않고 욕을 퍼부으며 극의 긴장감을 더하는 ‘건달녀’ 역의 김재화(30)다.
뽀글뽀글한 파마머리를 촌스럽게 올리고 건들거리는 그를 보면 정말 어디선가 ‘껌 좀 씹었을 것 같은’ 포스가 마구 풍긴다. 영화 출연은 처음이지만, 연극판에서는 다양한 활동으로 자기 영역을 확실히 구축해 가고 있는 배우 김재화를 지난 3일 서울 여의도동 국민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뚜렷한 이목구비와 도자기같이 매끄럽고 하얀 피부가 눈에 띄는 개성 넘치는 미인형이다.
“사실 제 얼굴이 배우로 치면 예쁜 편은 아니지만 쉽게 잊어버릴 수 없는 얼굴이라는 걸 강점으로 생각하죠.(웃음) 고등학교 때부터 연극을 했는데, 저는 ‘춘향전’ 같은 연극에서도 ‘월매’나 ‘향단이’ 역에 자원했어요. 어떤 역을 맡느냐보다 어떻게 연기하느냐가 중요한 거 아니겠어요?”
그는 안양예고,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거치며 착실히 연기 내공을 쌓아온 정통 실력파다. 연극계를 넘나든지는 15년이나 됐다. 대학 때 세계 일주 공연 여행을 하며 알게 된 프랑스 극단 ‘컬처 앤 퍼포먼스’에도 소속되었던 이색 경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예전에 영화 연기와 연극 연기가 다르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이번에 해보니 서로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배우가 어떤 상황에서 감정을 느끼고, 표현한다는 연기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 것 같아요.”
이번 영화를 통해 김윤진, 나문희 등의 대배우와 함께 연기한 소감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윤진 언니를 보면 월드 스타의 기운이 느껴져요. 견고하면서도 자유롭고, 주위 사람도 잘 배려하고, 정말 멋진 사람이었어요. 나문희 선생님은 제가 대드는 장면을 찍을 때 계속 눈을 맞춰주시면서 기 싸움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셨어요. 분위기도 화기애애하게 만들어주시고, 이번 영화 출연하면서 두 분을 뵙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죠”
이번 출연을 계기로 영화의 매력에도 흠뻑 빠져 지금은 영화 오디션에도 열심히 참가하고 있다.
“전 정말 무대 체질이거든요. 그래서 오디션도 하나의 공연을 한다는 생각으로 즐겁게 임해요. 오디션을 보는 날은 속옷까지도 그 사람이 입을 만한 걸 챙겨 입죠.(웃음)”
나홍진 감독 하정우, 김윤석 주연의 영화 ‘황해’에는 김윤석(명가 역)의 애첩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지금 그는 ‘황해’ 준비와 함께 오는 18일 막을 올리는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 연습에 한창이다.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에서 그의 역할은 4년7개월 째 한 할머니를 간병하는 간병인이다. 극의 재미를 더해주는 감초 역할이라고.
반짝 스타가 되기보다 평생 배우로, 죽을 때까지 연기를 하고 싶다는 그의 다음 행보는 어떤 빛을 발할지 자못 기대된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