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돕기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입력 2010-02-05 20:45


기독NGO 5곳 모금액 80억원 육박… “고아·노약자 등 건강·행복 지속적으로 돌봐야”

아이티를 강타한 대지진은 새해 벽두부터 세계를 충격 속에 몰아넣었다. 지진으로 17만명이 사망했으며 수십만명의 ‘환경 난민’이 생겨났다. 재앙이 덮친 지 20여일이 지났지만 어디서부터 복구 작업을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상태다. 힘들게 살아남은 아이티 사람들의 가슴은 아직도 타들어가고 있다.

절망의 땅 아이티를 어떻게 도울 것인가? 기독교 NGO 전문가들은 아이티를 위해 장기적인 재건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물론 기본적인 구호품과 이재민 캠프 설치 같은 긴급구호 작업은 즉각적으로 실시돼야 한다. 시급한 구호와 함께 장기적인 재건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아이티의 완전 복구를 위해서는 최소 1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반 구호 단체들은 현장이 정리되면 이내 발길을 돌린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때부터다. 고아나 노약자 등 살아갈 길이 막막한 이들을 위한 본격적인 돌봄이 필요한 것은 현장이 수습된 이후다. 기독교 NGO들은 비교적 현장 정리 이후에도 장기적인 지원을 펼치고 있다. 따라서 기독교 NGO는 아이티 난민들에게 희망의 존재로 다가가고 있다.

한국의 월드비전(회장 박종삼) 기아대책(회장 정정섭) 굿피플(회장 양오현) 한국컴패션(회장 서정인) 굿네이버스(회장 이일하) 등의 스태프와 봉사자들이 현재 아이티에서 복구 지원을 하거나 본부에서 후원금 모금 등으로 헌신하고 있다.

이들에게 설 연휴는 꿈도 꿀 수 없다. 본부 직원들은 지난달 12일 오전부터 폭주하는 아이티 돕기 성금모금 접수, 자원봉사자 모집과 교육을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달 초까지 5개 단체가 모금한 성금 총액은 80억원에 육박했다. 대단한 열기다.

그러나 NGO 전문가들은 지금부터가 중요하다고 한 목소리로 말한다. 양오현 굿피플 회장은 “생사를 다투는 긴급구호 활동이 어느 정도 끝난 지금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면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건강하게 목숨을 유지하고 행복하게 살도록 보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삼 월드비전 회장은 “재앙도 두렵지만 정작 더 무서운 것은 재앙이 지나간 다음”이라면서 “처음에 쏟아지는 온정도 시간이 지나면 썰물처럼 빠져나가게 마련”이라고 언급했다. 월드비전은 ‘초기 긴급구호 90일’ 계획에 따라 중점 영역인 피난처와 물자, 식량, 식수 및 위생, 아동을 위한 교육과 보건 등을 통합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어린이보호센터 건립 등의 구호 활동을 펴고 있는 굿피플은 6일 아이티에 재난의료팀을 파견한다. 최경숙(동서산부인과) 원장 등 13명의 의료팀은 8일부터 13일까지 포르토프랭스 국제의료 구역에 마련된 진료실에서 활동할 예정이다.

지난달 29일 아이티 긴급구호 의료팀과 함께 현지에서 봉사활동을 마치고 2일 귀국한 정정섭 기아대책 회장은 “아이티 언론에 따르면 탈옥수 5000여명이 시내를 활보하고 있다”면서 “수액, 주사기, 마취제, 소독기 등 긴급 진료에 필요한 물품들이 많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지진이 나기 전부터 아이티 돕기에 나섰던 한국컴패션의 서정인 회장은 “현지 치안 사정이 좋지 않아 도미니카와의 접경지역에 큰 곡식 창고를 빌렸다”면서 “150만 달러 상당의 식량과 지원 물품을 필요한 곳에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일하 굿네이버스 회장은 “아이티 재건과 지역 발전을 위한 5개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향후 10차에 걸쳐 구호팀을 파견할 예정이며 지부 설립을 통한 장기적인 재건 사업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