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첨단기술 유출 들킨 게 전부일까
입력 2010-02-05 17:52
삼성전자의 반도체 핵심 기술이 협력업체를 통해 경쟁사인 하이닉스반도체로 넘어간 데 이어 삼성전자 냉장고 설계 기술을 빼낸 협력업체 대표가 검찰에 적발됐다. 초일류 기업이라는 삼성전자에서 이처럼 잇달아 기술유출 사건이 발생한 것은 충격적인 일이다.
광주지검 특수부는 그제 삼성전자 양문형 냉장고 설계도면 등 신제품 핵심 기술을 중국 대형 가전업체에 유출하려 한 혐의로 협력업체 대표 A씨를 구속 기소했다. 삼성전자 출신인 A씨는 함께 근무하던 선후배를 통해 핵심 기술이 담긴 파일을 넘겨받았다. 이에 앞서 3일에는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회사인 AM사의 한국법인 AMK가 2005년부터 4년 동안 삼성전자 반도체 핵심 기술 95건을 빼내 그 가운데 13건을 하이닉스에 넘긴 사실이 드러났다.
세계 최고 수준의 보안을 자랑하는 삼성전자에서 이 같은 일이 일어난데다 반도체 기술 유출은 무려 4년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놀랍다. 유출된 기술 가운데 40건은 ‘국가핵심기술’로, 합법적으로 이전할 때도 정부의 통제를 받는 것이라고 한다.
이번 기술유출은 지금까지 형태와 달리 협력업체에 의해 저질러진 것이 특징이다. 협력관계에 있는 회사가 산업스파이 노릇을 한 것이다. 협력업체 직원들은 고객 회사의 공장을 수시로 드나들 수 있고, 제조 공정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경쟁관계가 아니므로 직원들과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고, 그러다 보니 기술을 쉽게 빼돌릴 수 있었다.
그토록 보안을 외쳤지만 막상 내부에 큰 구멍을 뚫어놓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드러나지 않았을 뿐 반도체와 냉장고뿐만 아니라 자동차, 휴대전화, 컴퓨터 등 다른 분야에서도 이미 일이 벌어졌거나 진행 중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분초를 다투는 기술경쟁 시대에 보안은 생명이다. 기술 보안에는 민관이 따로 없다. 기업들은 보안의식을 한층 강화하고 국가정보원을 비롯해 정부도 산업스파이 색출에 적극 나서는 등 물샐 틈 없는 총체적 보안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