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 3년도 안돼 중형교회급 성장… 기흥지구촌교회 안용호 목사
입력 2010-02-05 17:40
“사랑에 빚지고 성장했으니 이젠 다른 교회 도와줘야죠”
지난 3일 경기도 용인시 상갈동 기흥지구촌교회 식당. 안용호(59) 담임목사가 수요예배를 마친 뒤 성도들과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다. 서슴없이 성도들과 농담하고 어울리는 안 목사의 모습에서 여느 개척교회의 가족 같은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져 왔다. 기흥지구촌교회는 올 6월이면 개척 3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교회 시설이나 성도 규모는 웬만한 중형교회 수준이다. 성도는 주일학교 학생 200명을 합쳐 450명. 지하의 대예배당을 비롯해 2층엔 교육관, 중·고등부 예배실, 영·유아 예배실, 중보기도실 등 갖출 건 다 갖췄다.
56세에 교회를 개척하고 3년도 안 돼 이렇게 성장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안 목사는 “성도들이 전도하면서 교회 소문을 잘 내준 덕분”이라며 오히려 성도들에게 공을 돌렸다. 교회는 실제로 ‘예배와 말씀이 살아 있고 가족 같은 분위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과연 그런가’ 확인하기 위해 스스로 교회를 찾는 사람도 매주 10여명이나 된다.
그는 개척 때부터 ‘수평이동으로 오는 사람들이 아닌 전혀 예수를 모르는 사람들을 찾아가자’고 다짐했다. 기흥지구촌교회는 전교인의 70%가 교회 문턱을 처음 밟아본 사람들이다.
안 목사의 교회 개척은 기흥지구촌교회가 처음은 아니다. 1991년 어느 가을이었다. 운전을 하던 그에게 하나님의 말씀이 온몸으로 전해져 왔다.
“네가 어느 때까지 거역하느냐.” 그는 전율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의 서원이 떠올랐던 것이다. 갓길에 차를 댄 그는 통곡했다. “저같이 믿음 없고 불순종한 사람을 쓰시렵니까.”
고등학교 2학년 때 한국십대선교회(YFC) 수원지부 총무였던 이동원 지구촌교회 목사를 만나 1년간 성경공부를 배웠던 그는 고3 때 목사가 될 것을 서원했다. 하지만 “소명이 분명하지 않다면 신학대는 가지 말라”는 교회 전도사의 말에 서울대 수의대로 진로를 바꿨다. 이후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에서 1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며 잘 나가던 그는 그때의 서원을 까맣게 잊고 말았던 것이다.
사고 이후 아낌없이 회사에 사표를 던진 그는 직장 성경공부 멤버였던 5가정이 “개척 멤버가 되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합동신학대학원에 입학하기 한 해 전에 일찌감치 교회를 개척했다.
교회는 급성장했다. 개척 4년 만에 4000㎡(1300평)의 교회 부지를 매입할 정도였다. 하지만 동생에게 보증 섰던 게 부도가 나는 바람에 모든 빚을 떠안게 됐다. 돈과 성도들을 한꺼번에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안 목사 개인은 물론 목회도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병은 약이 됐다. 안 목사는 “일류대 출신에 잘 나가던 시절의 교만함이 개척교회 10년간 모조리 벗겨졌다”고 그 시절을 회고했다.
잘 나가던 직장 시절이 그리울 법도 하건만 안 목사는 “안 믿는 한 사람이 교회에 처음 나오는 걸 보면 너무 기뻐서 사모와 함께 1주일 내내 행복해한다”며 “그 시절과는 비교가 안 된다”고 말했다. 한 영혼으로 그렇게 기뻐하는 목사, 그는 영락없는 개척교회 목회자다.
개척교회는 목회자의 철저한 준비와 함께 외부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안 목사의 설명이다. 실제 지구촌교회에서는 건물 임대료의 80%를 도와줬다. 개척 2년간 사역자들의 사례비도 지구촌교회가 담당했다. 15명의 개척 멤버와 함께 지구촌교회는 20여명의 성도를 이 교회에 보내 힘을 실어줬다.
기흥지구촌교회는 올해부터 경기도 화성의 한 미자립교회를 돕기로 했다. 후원금만 전달하는 게 아니다. 전도하는 성도들을 보내 교회를 실제로 일으켜주기로 한 것.
안 목사는 “이 교회가 태생적으로 사랑에 빚을 졌으니 다른 교회를 돕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며 덤덤히 말했다.
용인=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