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과학이야기] 소시지 등 육가공 식품 첨가 아질산염 유해성 논란 재점화
입력 2010-02-05 17:51
햄, 소지지, 베이컨 등에 선홍빛을 내게 하고 방부제 구실을 하는 ‘아질산염’의 유해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아질산염은 대부분의 육가공 식품에 첨가돼 있고, 자연상태의 채소에서도 상당량이 검출되는 등 일반 식생활에서 흔히 섭취하고 있는 성분이다. 육가공 식품의 경우 아질산염은 붉은색을 더욱 선명하게 하고 부패를 방지하며 미생물의 성장을 억제해 식중독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아질산염 그 자체가 독성을 갖고 있어 국내외에서 안정성을 놓고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각 식품내 잔존량이 기준치 이하일 경우 유해성이 없다”는 보건당국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아질산염이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과 관련 기업 등은 국내 육가공제품의 경우 아질산염 사용량이 기준치를 훨씬 밑돌고 채소 등 자연식품을 통해서도 이미 상당량 섭취되고 있기 때문에 안전상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식약청이 최근 시중에 유통 중인 햄과 소지지 등 8품목 430건을 검사한 결과, 햄에서 ㎏당 최대 0.054g(평균 0.009g), 소시지에서 최대 0.046g(평균 0.01g)의 아질산염이 검출됐지만 모두 잔류 기준치(0.07g 미만)를 밑돌았다.
그러나 소비자·시민단체 등은 아질산염이 육가공 식품에 꼭 필요한 물질이긴 하지만 아직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만큼, 소량이라는 이유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말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아질산염은 일정 농도 이상 섭취하게 되면 혈액 중 헤모글로빈이 산화돼 산소운반 능력을 떨어뜨리고 심한 경우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또 육류의 구성물질인 ‘아민’과 결합해 발암 물질로 알려진 ‘니트로소아민’이라는 독성 화합물을 만든다. 때문에 세계 암연구기금은 가공육의 섭취를 피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아질산염의 문제점에 대한 새로운 연구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환경정의 신권화정 팀장은 지난 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식품안전연구원 주최로 열린 ‘식품 내 아질산염 관리 방안’ 세미나에서 “2008년 미국 컬럼비아대 메디컬센터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아질산염이 폐를 손상시킬 수 있는 ‘활성질소종’을 만들며, 육가공 식품을 매달 14회 이상 먹은 사람은 전혀 먹지 않은 사람에 비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발생률이 78%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따라서 정부나 업계에서는 ‘기준치 이하여서 안전하다’ 등의 위해 편익적 분석만을 내세울 게 아니라 새로운 연구결과에 대한 타당성을 면밀히 검토해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을 제시해야 시민들의 불신과 불안이 조금이나마 해소될 것이란 게 이들 단체들의 주장이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