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몰려들어 흔들리는 ‘D램 강국 코리아’
입력 2010-02-04 19:03
점유율 3위 엘피다, 2위 하이닉스 맹추격
세계 D램 시장에서 절대 우위를 차지해온 국내 업계가 내우외환에 휩싸였다. 악재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일본과 미국, 대만 기업의 강한 도전을 받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D램 익스체인지는 4일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D램 시장점유율이 31.7%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3분기 35.6%보다 무려 3.9% 포인트나 내려갔다. 2위 하이닉스반도체는 21.6%로 3분기와 같았다.
3위인 일본 엘피다의 시장점유율은 3분기 16.8%에서 2.6% 포인트 올라간 19.4%를 기록, 하이닉스를 바짝 추격했다. 특히 3분기까지만 해도 영업이익률이 1%대에 불과했던 엘피다는 4분기 들어 영업이익률을 20%로 대폭 끌어올리며 9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
미국 업체 마이크론도 0.7% 포인트 오른 12.2%를 기록했고 대만의 난야, 파워칩은 각각 3분기 5.5%, 3.2%에서 4분기엔 5.7%, 4.7%로 각각 점유율을 높였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불황기 경쟁업체의 부진을 틈타 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렸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점유율 합계가 연말이면 60%를 돌파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마저 나왔다. 하지만 4분기에 한국 업체들의 성장세가 꺾이고 말았다. 상반기 내내 위축됐던 경쟁업체들은 반도체 업계 상황이 나아진 틈을 노려 생산성을 개선, 점유율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외신들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주요 D램 반도체 업체들의 가격 담합 혐의 조사를 마치고 조만간 공식적인 제재 절차에 들어간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진행한 내사에서 구체적인 혐의가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혐의가 확정되면 관련 매출액의 10%까지 벌금을 물어야 한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이 하이닉스로 넘어간 사건도 업계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향후 D램 시장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일단 이런 상황이 오래갈 것이란 전망은 많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출시되는 PC 60% 이상은 차세대 칩인 DDR3를 쓸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미 DDR3 양산 시스템을 구축한 삼성전자, 하이닉스의 위상은 굳건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는 DDR3 양산 비율을 50% 이상으로 늘리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데다 DDR3 가격마저 오름세여서 당분간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엘피다가 지난해 12월부터 DDR3 D램 양산에 착수하면서 기술격차를 좁힌 데다 대만 업체들도 DDR3 비중을 높이고 있어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