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나는 경기에 ‘물가 돌부리’… 선제대응 고민

입력 2010-02-04 18:50


통화정책 당국이 경기보다 물가상승 압력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정황이 늘고 있다. 탄탄한 경기회복세에 따른 수요 측면의 가격인상 요인 증가, 높은 기대인플레이션율 지속, 시차를 두고 물가를 자극하는 통화보유량 급증, 미뤘던 공공요금 인상 움직임 등으로 하반기 들어 물가가 예상보다 불안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유로 지역 재정위기, 중국의 긴축 움직임 등 대외경제 여건의 변동성도 커져 통화정책 당국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해외 IB들 “올 물가상승률 3% 넘을 것”=4일 한국은행의 ‘2009년 물가동향 분석’에 따르면 2009년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에 비해 크게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는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009년 중 연평균 3.8%를 기록해 전년(3.9%)보다 0.1% 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한은 관계자는 “국제유가 급등 영향 등으로 2008년 4∼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상회하는 장기간의 고물가 경험이 인플레 기대심리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대다수 경제연구기관의 예측대로 경제가 성장률 4% 중반 이상의 정상궤도에 들어설 경우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빠르게 상승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통화수요 측면에서도 잠재적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난해 4분기를 전후해 최고조에 이른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에 따르면 실질통화량(계절조정)의 예비적 수요 증가율은 2008년 2분기 2.19%를 기록했다. 예비적 통화는 실제 거래에 쓰지는 않고 예비로 보유하는 통화량으로, 1년 반 정도의 시차를 두고 물가상승 압력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 IB들도 앞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씨티그룹은 “내수 회복에 따른 수요견인 물가상승 압력과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비용인상 물가상승 압력이 모두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도이체방크도 “내수 회복세로 2분기부터는 소비자물가의 상승세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HSBC는 숙박요금과 항공요금 상승을 예로 들어 “수요견인 물가상승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전기요금과 가스요금도 올라 인플레이션 압력이 점차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골드만삭스, JP모건, 모건스탠리 등 유력 IB들은 올해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이 3.3%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2, 3월 금통위 결정은?=하지만 통화정책 당국이 곧바로 금리인상으로 인플레 압력에 대응할 것이란 전망은 많지 않다. 오는 11일 예정된 2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12개월 연속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아직도 대외경제 여건 불안 등으로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도 이날 배포한 ‘최근 경제동향’에서 “유가상승, 중국의 유동성 조절, 유럽의 신용불안 등 대외 부문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물가상승 압력이 높은 인플레이션율로 나타나는데 6개월 이상의 시차가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선제적 대응’이 통화정책의 첫째 금언으로 꼽힌다. 연세대 경제학과 성태윤 교수는 “세계경제 회복 과정에서 원유 등 국제 원자재가격이 가파르게 오를 경우 물가안정 기반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배병우 김재중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