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담합 272억 과징금… 개운찮은 ‘정상참작’
입력 2010-02-04 21:13
원안 대비 10분의 1로 줄어
과징금 삭감 배경 논란
진로 등 11개 소주회사의 출고가격 담합이 확인돼 272억원의 과징금을 내게 됐다. 소주값 인상에 대한 본보의 담합의혹 제기(2009년 3월 3일자 2면) 후 공정거래위원회가 직권조사에 착수한 지 11개월 만의 결론이다. 그러나 최종 의결기구인 전원회의에서 과징금 액수가 원안의 10분의 1로 줄어드는 등 개운치 못한 뒷맛을 남겼다.
◇공정위, “담합 맞지만 물가안정에 부응 인정”=공정위 전원회의는 11개 소주사가 2007년 5월과 2008년 12월 출고가격을 사전 논의한 사실을 확인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27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4일 밝혔다. 업계 1위인 진로(166억7800만원)를 포함해 무학(26억2700만원) 대선주조(23억8000만원) 보해양조(18억7700만원) 금복주(14억100만원) 선양(10억5100만원) 등 점유율 상위 업체들이 각각 10억원 이상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다만 롯데주류(옛 두산주류)의 ‘처음처럼’ 등 일부 소주는 해당 기간 1위 진로와의 경쟁을 위해 가격 차별화 전략을 폈기 때문에 이번 담합 사례에서 제외됐다.
공정위가 지난해 11월 개별 업체에 발송한 심사보고서의 과징금 액수는 모두 2263억원이었다. 두 달간 업계가 제출한 소명자료 검토와 전체회의 심리를 통해 과징금 액수가 10분의 1로 줄어든 셈이다.
◇과징금 왜 줄였나…남은 의문점들=공정위가 적발한 담합과정에서 11개 소주사는 거의 한 회사처럼 움직였다. 소주업계 사장단 모임인 ‘천우회’를 통한 골프장 회의만도 1985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무려 212차례나 열렸다. 공정위 관계자는 “천우회를 통해 가격 인상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후 선도 업체인 진로가 먼저 가격을 인상하면 나머지 업체들이 비슷한 비율로 가격을 올리는 방식으로 담합했다”고 설명했다.
가격담합 과정이 이처럼 명확한데도 전원회의에서 과징금 액수가 떨어진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소주값 인상안을 수정, 승인하는 국세청의 행정지도에 따랐고, 가격인상 폭 자체가 물가상승률 수준을 넘어서지 않았다는 업계의 주장이 일부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본보 취재 결과 이는 사실과 달랐다. 진로는 지난해 12월 기획재정부에 소주 원료인 주정 수입가격 등을 들어 10.29%의 가격인상 요인이 있다고 주장한 후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5.9% 수준에서 출고가격을 올렸다. 문제는 인상을 앞둔 진로 등 소주업계의 당기순이익은 오히려 상승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롯데주류를 제외한 10개 소주사의 당기순이익은 2007년 2209억원에서 2008년 2279억원으로 뛰었다. 고수익을 올리면서도 가격을 올린 셈이어서 최종 과징금 산정을 두고 공정위와 국세청 간 역학관계 등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정동권 김아진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