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시행 1년-(③·끝) 한국 자본시장이 가야 할 길] “각종 규제 완화·금융사 대형화 절실”
입력 2010-02-04 18:49
“규제 완화를 바탕으로 업종 사이 벽을 허물어 금융투자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금융전문가들은 한국 자본시장이 걸어야 할 길로 자본시장 경쟁·자율·확장 촉진을 제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규제 강화 목소리가 높지만 규제 완화를 기반으로 한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기본 취지를 현실화시켜야 한다는 주문이다. ‘투자자 보호’ 과제는 금융교육을 강화해 투자자 자기책임성과 시장 신뢰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풀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투자협회는 4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자본시장의 새로운 10년:글로벌 금융 강국’이라는 주제로 국제세미나를 열고 한국 자본시장의 미래를 모색했다.
◇한국은 더 키워야 한다=권혁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축사에서 “이번 금융위기에 대한 반성으로 세계적으로 금융회사의 대형화·겸업화 추세가 약화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다르다. 금융투자업의 대형화·전문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4대 증권사의 평균 자기자본은 지난해 3월 말 기준 21억 달러로 세계적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644억 달러)의 3.2%에 불과하다.
정부는 선진국의 금융규제 강화 움직임을 우리 시장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하고 있다. 선진국은 지나친 성장이 문제지만 우리 금융 산업은 그동안 과다한 규제에 억눌려 제대로 크지 못한 상태라는 것이다.
발제자로 나선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은 “규정 간 충돌로 신상품 개발이 제한되고 있다”며 금융규제 완화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본시장법은 모든 유가증권 발행을 허용했지만, 외국환거래법이 금융투자회사의 외화증권 발행을 막고 있는 점을 예로 들었다. 박 사장은 “자본시장 성장의 속도가 중요하다. 정부와 투자자는 이 과정에서 불거지는 리스크를 감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전한 외환시장 조성을 위해 원화의 국제화를 추진하고, 외국은행 국내 지점의 외화유동성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영선 국회 정무위원장은 “원화의 국제화 수준이 경제규모에 비해 현저히 낮다. 외환관리시스템이 달러화에 치중해 우리나라는 이번 금융위기 때 심각한 외환시장 위기를 겪었다. 원화를 국제화하는 동시에 아시아 역내의 공동 통화체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김형태 지본시장연구원장은 영국 금융감독청(FSA)이 런던 소재 국내외 금융회사의 유동성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마련한 것처럼 우리나라도 외국은행 국내 지점의 외화유동성 규제를 정당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투자자 보호는 금융교육에서=전문가들은 투자자 보호라는 숙제를 풀기 위해 금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금융투자협회 황건호 회장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제도적 장치 마련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투자자 자신이 현명한 투자자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신뢰를 시장 발전의 열쇠로 지목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투자자 교육으로 정부정책과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를 쌓아야 자본시장이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존 캐넌 미국 FINRA(증권업계 자율규제기구) 부회장은 투자 관련 사기 범죄로 피해를 입지 않도록 금융교육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기 범죄가 잇따르면 시장 신뢰를 떨어뜨려 경제를 위협하고, 많은 비용을 치르게 하기 때문이다.
조인강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자본시장법은 시장 현실을 반영하고 개선을 가져오는 수단”이라며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대응하는 자본시장 참여자의 의지가 한층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