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전작권 전환 재검토 가능하다”

입력 2010-02-04 18:45

“국제 정세 급변… 기존 합의로도 할 수 있어”

여권 내에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재검토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전작권 전환 문제와 관련해 “국가간 약속이라는 점에서 재검토가 쉽지 않은 면이 있지만 전작권 이행사항을 평가키로 한 조항이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하면 기존 합의안에서도 재검토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어 “전작권 전환은 노무현 정부 시절 많은 안보 전문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미 양국이 합의해 발표한 사안”이라며 “전작권 전환은 안보에 대한 객관적 평가보다는 국내 정치적 상황을 고려한 무책임한 제안이었다”고 비판했다.

정 대표는 전작권 논의를 촉발시킨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의 발언에 대해 “전작권 문제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음을 인정하는 다행스러운 발언”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그는 또 “전작권 전환 합의 이후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 실험을 하고 무력시위를 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캠벨 차관보의 진지한 대화 필요 발언은 커다란 변화이자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전작권 전환 배경이나 이후의 안보변화를 고려하면 전작권 논의는 당연하면서도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 “양국의 공동목표는 급변하는 국제변화에 맞춰 한반도와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전작권 전환에 대한 흥분을 가라앉히고 또 감정을 털고 논의하면 굳건한 미래 동맹관계 방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이날 전작권 전환 연기를 촉구하고 있는 재향군인회와 성우회를 찾았다. 김 장관은 지난달 “2012년 전작권이 넘어오는 게 가장 나쁜 상황”이라며 전작권 전환 연기를 주장한 바 있다. 비공개 환담에서 향군과 성우회 관계자들도 김 장관에게 “2012년 4월에 전작권을 전환하고 연합사를 해체하는 것은 안보상 문제가 많다.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반면 민주당은 전작권 재검토 논의에 대해 “무리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이명박 정부는 지난 2년 동안 전(前) 정부의 정책을 부정하거나 백지화하는 데 전념했다”면서 “세종시 같은 국책사업이나 전작권 환수와 같은 안보정책, 금강산 관광 같은 남북협력 사업까지 되돌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우 대변인은 이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현 정부가 찬성하는 정책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면서 합의된 것까지 되돌리는 것은 미국에도 매우 당황스러운 일”이라고 비꼬았다.

전작권 환수에 앞장섰던 진보진영도 재검토 논의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어 보·혁 대결 양상을 띨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