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논의’ 어느 수준돼야 남북정상회담 가능할까?… 北 “핵문제, 南과 해결” 보장해야
입력 2010-02-04 18:46
‘핵 논의’ 수준이 남북정상회담 개최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남북은 지난해 10월 임태희 노동부 장관과 북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간 싱가포르 접촉, 통일부가 중심이 된 지난해 11월 개성공단 접촉 등을 통해 정상회담 개최 조건들을 비공식적으로 논의해 왔다. 하지만 핵 문제 논의 수준에 대한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정상회담 개최 합의에 진통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4일 “임-김 라인에서 핵 문제 논의와 관련한 우리 정부의 마지노선이 제시됐던 것으로 안다”면서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의외로 쉽게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임 장관과 김 부장 사이에 핵 문제 논의가 어느 수준까지 얘기됐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북한은 그동안의 비공식 접촉에서 ‘핵 문제 진전’ 등의 추상적인 표현을 선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여권 관계자는 “북한은 핵 문제는 미국과 북한 간에 풀 사안이라는 입장”이라며 “이러한 입장을 바꿔 한국을 핵 문제의 당사자로 인정하는 수준의 태도 변화는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핵 문제 당사국임을 확실하게 할 수 있는 정도는 보장받아야 정상회담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정부 내부에서는 북한으로부터 핵 문제를 정상회담 의제로 다룰 것을 명확히 한 다음, 이명박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그랜드 바긴에 대한 포괄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는 시나리오도 그려지고 있다. 소식통은 “공이 북한에 넘어갔다는 얘기는 우리가 양보할 수 있는 조건은 다 전달했다는 의미”라며 “이제 북한의 선택만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한·미간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본격적인 조율 작업도 시작됐다.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은 4일 워싱턴을 방문, 미 정부 당국자들과 만나 한·미 동맹 현안 및 북핵 해결 공조 방안을 협의 중이다. 김 비서관은 미국 측 카운터파트인 제프리 베이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등을 만날 예정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한·미간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의례적인 방문”이라고 설명했으나, 남북정상회담 및 북핵 문제 등에 대한 심도 깊은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에서는 6자회담과 남북정상회담의 연계 문제도 대두됐다. 정부 관계자는 “직접적으로 연계된 사안은 아니다”라며 “정상회담이 6자회담 이전에 열리면 6자회담 복귀 약속이 성과가 될 수 있고, 6자회담 이후에 열릴 경우 비핵화 문제에 대한 진전된 조치들이 성과로 나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