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대정부 질문] “수정안보다 원안이 껍데기” “명박시나 운찬시로 이름 바꿔라”

입력 2010-02-04 21:26


이모저모

정운찬 국무총리는 4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전과 달리 의원들의 추궁을 적극 반박했다. 실수성 발언을 피하기 위해 “총리한테 퀴즈식 질문은 하지 마라”고 요청도 했다.

한나라당 친박계 유정복 의원은 정 총리가 2007년 말에 펴낸 ‘가슴으로 생각하라’는 책의 서문을 공개하며 정 총리를 궁지로 몰았다. 유 의원은 정 총리가 책에서 ‘내가 국립대 총장에 오르고 대통령 후보로 거론된 것은 그동안 지켜온 원칙 덕분이다. 나는 아무리 사소한 약속이라도 꼭 지키려 노력했고, 신의를 강조하며 살아왔다”고 쓴 부분을 인용하며 “사소한 약속을 지킨다는 게 하루아침에 세종시 원안을 폐기하는 것이냐”고 따졌다. 정 총리는 “국가 대사에 관한 일은 잘못됐으면 고치는 게 국가에 유리하다”고 답했다. 정 총리는 그러나 유 의원이 “세종시 수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어떤 책임을 지겠느냐”고 다그치자 언성을 높이며 “나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이다. 걱정하지 마라”고 응수했다.

민주당 정범구 의원은 “부처 이전 없는 세종시는 껍데기”라며 “아예 명박시나 운찬시로 개명하라”고 꼬집었다. 이에 정 총리는 “수정안이 껍데기가 아니라 원안이 껍데기”라고 맞받았다.

세종시 수정에 반발해 21일째 단식을 해온 민주당 양승조 의원은 휠체어에 의지한 채 단상에 올랐다. 양 의원은 겨우 나오는 목소리임에도 불구하고 정 총리를 ‘양파총리’라고 거칠게 몰아세웠다. 정 총리는 “정치적 목적으로 사실을 호도하는 것은 품격 있는 의원의 자세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양 의원이 질문 도중 힘들어하자 정 총리는 “의원님의 단식에 마음이 아프다. 단식을 빨리 거두시라”고 요청했다. 양 의원은 질문 뒤 곧바로 앰뷸런스에 실려 병원으로 갔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만일에 대비, 의료진을 본회의장에 대기시켰다.

정 총리는 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이 “정 총리가 개인 영달 때문에 국가를 망친다”고 주장하자 “개인 영달을 위해 살지 않았다”고 했다. 이 의원이 “그런 사람이 서울대 재직 시 신고도 하지 않고 민간 연구소한테 몇 억원씩 받아먹었느냐”고 따지자, 정 총리는 “교무처에서 신고할 필요가 없다고 하더라. 평생을 정직하게 살아왔다”고 흥분했다. 이 의원은 “화장실에 오래 있다 보면 화장실 냄새를 맡지 못하게 되는데, 총리가 지금 그런 상태”라고 몰아붙였다. 정 총리는 행정부처 이전에 따른 행정비효율의 계량화된 수치를 요구하자 “총리가 매일 연필로 계산하느냐”고 불쾌해했다.

김 국회의장은 의원들의 질문이 정 총리에게만 집중되자 “(대정부질문기간) 5일간 답변해야 할 텐데 체력안배 잘하시라”고 덕담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