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철 지날때 미끄러져 아찔”… 프리우스 브레이크 민원 빗발

입력 2010-02-05 02:03

지난해 11월 초 도요타 프리우스를 구입한 회사원 이모(38)씨는 한 달이 채 안돼 아찔한 순간을 경험했다. 저속으로 철길을 가로질러 가면서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속도가 줄지 않는 것. 1초 정도의 짧은 순간이었지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브레이크 풀림’ 현상은 3개월 동안 다섯 차례나 계속됐다. 주로 맨홀 위나 요철구간, 고속도로 톨게이트 출입구 등에서 속도를 낮출 때 발생했다.

이씨는 지난달 말 도요타 차량 정비소에 차량 문제를 제기했지만 서비스센터 쪽에서는 “브레이크가 풀리는 것은 ABS 브레이크 시스템의 특성”이라고 말해 더 이상 따지지 못했다.

답답한 마음에 국토해양부에 차량 결함에 대한 민원을 제기한 지난 1일 한국 도요타 측에서는 이씨에게 전화를 걸어와 “서비스센터 차량 정비팀이 프리우스 시승차를 직접 운전해보면서 브레이크 이상 여부를 판단해보겠다”고 알려왔다. 이씨는 “좁은 이면도로 등을 지날 때 속도를 줄이게 되는데 만약 사람이라도 튀어나오면 치명적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말 프리우스를 구입한 이모(36·여)씨도 내리막길 저속 중에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험을 했다. 이씨는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미국과 일본에서도 비슷한 결함이 있다는 보도에 불안해졌다”면서 “차량 구입처에 전화를 걸었지만 ‘리콜할 성격이 아니다’는 말만 들었다”고 토로했다.

프리우스 차량 운전자들의 인터넷 동호회 카페인 ‘프리우스 오너들’에는 이미 지난달 중순부터 브레이크 결함에 대한 불만이 제기됐다. 일부 회원은 브레이크 풀림 현상에 대한 대처 방법까지 올려놓은 상태다.

아이디 ‘렉돌이’씨는 “요철이나 홈이 파인 곳을 지날 때 세 번 정도 경험했다”면서 “도요타에 문의했더니 원래 그렇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따스한’씨는 “(브레이크 풀림 현상을) 두 차례 정도 경험했다. 1초 정도의 짧은 순간이었지만 기분이 아주 나빴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에 차량구입 계약을 마친 ‘홍’씨는 “결국 계약을 해지했다”고 글을 올렸다.

국토부 관계자는 4일 “이달 들어 프리우스 차량 불량과 관련된 민원 3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민원 내용은 프리우스 차량이 저속으로 요철이나 맨홀 등을 통과할 때 1초 정도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는 현상이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 같은 브레이크 불량 신고가 각각 100여건, 70여건씩 공식 접수됐다.

국토부 자동차정책과 관계자는 “프리우스 차량의 브레이크 풀림 현상 여부에 대해 자동차성능연구소에 검사를 의뢰한 상태”라며 “결과에 따라 리콜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요타 프리우스는 한국도요타자동차가 지난해 10월부터 한국에 시판한 차종으로 연비가 ℓ당 29.2㎞에 달해 경제성이 높은 차로 구분된다. 지난해 10~12월 376대가 팔렸고, 현재 500여대가 출고 예약이 돼 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